부동산 재테크

아파트 매물찾아 삼만리… "집사기 정말 힘드네요"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5 15:01

수정 2018.09.05 15:01

서울 강남권 등 3개 단지 6000여가구 둘러봐도 매물은 1층짜리 달랑 1개
매물 한 두개 있어도 전화하면 호가 올리거나 "안팔아요" 퉁명스런 답변
래미안 대치 팰리스.
래미안 대치 팰리스.


서울 마포구 공덕자이에 거주하는 정 모씨(43살)는 지난 주말 이사할 집을 알아보려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주택시장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방문한 단지마다 매물이 아예 씨가 마른데다 한 두개 있는 매물마저도 매수의향을 표시하면 주인이 갑자기 가격을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거두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정 씨는 최근에 아내가 직장을 마곡지구에서 판교에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해 어쩔수 없이 살던 집을 팔고 아내의 직장과 가까운 강남쪽에서 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덕자이 아파트가 최근 3년여동안 많이 올라 이 집을 매각한 돈에 일부를 더하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강남권 주택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3호선 라인이 지나는 도곡동과 대치동을 비롯해 삼성동, 잠실까지 모두 둘러봤지만 매물이 아예 없어 결국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집에 온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었다. 정말 말그대로 "아파트 매물찾아 삼만리"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 씨의 사례처럼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을 알아보기 위해 중개업소를 들러 본 사람들은 '아파트 매물 찾아 삼만리'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정 씨의 하루를 직접 쫒아가봤다.

■6000가구 지역서 매물 달랑 1층짜리 1개
오전 10시. 정 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인근 중개업소에 들렀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위해 아내는 "아파트를 줄여서라도 이 곳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아내의 희망은 이내 꺾였다. 전용면적 59㎡ 매물은 달랑 1개밖에 없는데다 그마저도 1층짜리였다. 전용면적 84㎡는 아예 없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시장이 미쳤는지 정말 무섭게 오른다"며 "전용면적 59㎡도 연락하면 십중팔구 가격을 15억원으로 올리거나 안판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며 먼저 정 씨에게 정말 살 의향이 있는지를 다시 물었다. 전화를 자꾸 돌리면 가격만 오르기 때문에 확실히 매수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었다. 멈칫거리는 아내에게 중개업자는 "이미 전용면적 84㎡는 얼마전에는 20억원에도 매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단 하나도 없다"며 "어쩌면 오늘 지금 이 가격이 제일 쌀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곡렉슬은 무려 3002가구로 구성된 대단지임에도 매물이 단 하나, 그것도 1층짜리 매물밖에 없다니 놀라웠다. 맞은편 대치아이파크와 동부센트레빌, 래미안대치팰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대치아이파크 768가구, 동부센트레빌 805가구, 래미안대치팰리스 1608가구를 통틀어 팔겠다는 매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말 살거 아니면 전화 못해요.. 계약금부터…."
큰 길(남부순환로)을 따라 내려가자 은마아파트가 나왔다.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지하철 3호선과 연결돼 아내의 출퇴근이 편리한데다 딸의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은마아파트도 괜찮겠다 싶어 정 씨는 중개업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재 4424가구의 대단지인데다 조만간 재건축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향후 5~6년만 고생하면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도 매물은 전용면적 76짜리 1개, 84짜리 1개가 전부였다. 그나마 전용면적 84㎡는 무려 20억원이 넘었다. 불과 한두 주사이 2억원 정도가 올랐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영동대로를 따라 삼성동으로 넘어갔다. 대치동과 인접한 지역으로 향후 삼성역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변화가 기대되는 곳이다. 삼성 힐스테이트 인근 중개업소를 두드렸다. 중개업자는 오전에 겪은 정 씨의 사정을 듣더니 "여기도 매물이 3개밖에 없어요. 그나마 2단지 매물이 좀 낫기는 하지만 1층짜리와 12층짜리 달랑 두개밖에 없는데 정말 살 의향이 있으면 거래를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미 이곳은 지난 8월21일에 20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열흘만에 매물이 싹 사라지고 일부 몇개만 나와있지만 호가가 21억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거래가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당장 계약금으로 보낼 돈이 얼마나 되냐"고 되물었다.

■"인터넷 매물은 모두 팔렸거나 매물 거뒀거나"
정 씨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열흘만에 2억원이 넘게 올랐다는게 거북한데다 공덕자이를 판 돈에 7억원이 넘는 돈을 보탤 일도 부담스러웠다.

정 씨 아내는 친정집이 있는 잠실쪽도 나쁘지 않겠다며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이 모두 맞닿아 있는 한 중개업소를 들렀다. 중개업자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엘스와 리센츠는 18억5000만원, 트리지움은 17억5000만원 정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매물은 이보다 5000만원 정도 낮은데 협상 과정에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를 생각하고 접근해야지 괜히 호가만 믿고 줄다리기를 하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곳 매물도 정말 몇개 없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또 "일부 손님들이 인터넷에 매물이 백개도 넘는데 어찌된거냐고 자꾸 묻는데 그건 이미 팔렸거나 아니면 주인이 매물을 거둬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정 씨의 아내가 돌아섰다. 정 씨의 아내는 "이미 입주한지가 10년이 넘은 아파트인데 내부 상태가 어떤지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묻는게 마음이 불편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집 팔려던 사람도 "이사갈 집 없어 집 못판다"
정 씨의 아내가 3호선 라인인 옥수동쪽으로 넘어가보자고 했다. 친구가 서울숲 푸르지오에 사는데 그 지역의 교통과 생활환경이 좋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앞장서 서울숲 푸르지오 인근 중개업소 문을 밀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숲 푸르지오 1차와 2차 모두 괜찮지만 매물이 달랑 3~4개 정도 밖에 없어서 다소 조심스럽다"며 "전용면적 84㎡의 경우 2주전까지만해도 11억6000만원 정도이던게 지금은 13억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도 집주인이 판다고 해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금부터 준비하고 매수타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10년이 더 지난 아파트임에도 집값이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좀 더 고민해보겠다"며 등을 돌렸다.

정 씨가 마포구 공덕자이에 돌아온 것은 오후 5시. 아침 10시부터 무려 6시간이 넘게 아파트를 구하러 다녔지만 제대로 된 매수협의조차 못했다.
정 씨는 집에 돌아오자 마자 휴대폰을 덜어 공덕자이를 팔기위해 연락했던 중개업소에 "일단 보류해달라"고 전화했다. 자신의 집부터 팔면 향후 새로 살 집을 못구할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정 씨는 "일단 이사갈 집부터 구하고 나서 집을 팔 생각"이라며 "집 사기 정말 힘드네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단지 모습.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단지 모습.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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