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엔 대기업 화장품 프랜차이즈 대리점 하나가 동네에서 사라졌다. 사장은 추석과 설 명절 당일, 빨간날에도 꿋꿋하게 가게를 열 정도로 억척스러웠다. 포인트를 주는 대형마트나 그보다 값이 싼 온라인쇼핑 때문에 자주 가지는 못했어도, 혼자 가게를 지켜온 40대 초반의 사장은 가게를 찾을 때마다 언제나 웃는 낯으로 대해줬다. 그렇게 평온한 듯 보였던 가게는 지난 6월 '점포 정리' 안내문을 붙이곤 두달 만에 결국 문을 닫았다. 그리고 보니 다른 풍경도 있다. 최근 큰길가에 버거킹 매장이 하나 생겼는데, 일요일 저녁에도 햄버거를 찾는 손님들로 매장이 북적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주문받는 사람은 없고, 10대·20대 아르바이트생들 자리에 무인결제주문기(키오스크) 두 대가 서 있을 뿐이다.
수도권 변두리 동네에서조차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나마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통계청 통계인데 역시나 숫자는 현실을 대변하기엔 역부족이다. 통계청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참사로 기록된 지난 7월 고용통계에서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가 약 10만2000명 줄고, 종업원을 둘 정도로 규모 있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7만2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고민 많은 청와대나 기획재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공세에 대항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줄었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데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명현반응이든, 앞선 정부에서 끌어온 구조조정이 시한폭탄처럼 터진 것이든. '사람중심 경제'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숫자 이면의 풍경들을 제대로 찾아보고 헤아렸으면 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치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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