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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위기 전염에 무게"…이번엔 인도네시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6 15:31

수정 2018.09.06 15:31

신흥시장 4개국 통화가치(달러대비) 추이; 갈색:인도네시아 루피아, 진녹: 인도 루피, 연녹: 남아공 랜드, 흑색: 터키 리라 /사진=팩트세트, WSJ
신흥시장 4개국 통화가치(달러대비) 추이; 갈색:인도네시아 루피아, 진녹: 인도 루피, 연녹: 남아공 랜드, 흑색: 터키 리라 /사진=팩트세트, WSJ

아르헨티나와 터키 위기가 결국 신흥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은 아시아 신흥시장 국가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가 맥없이 무너졌다. 루피아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추락했고, 주가지수는 2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은 달러 강세 속에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달러나 유로 표시 대외부채가 특히 많고, 경상수지 적자가 큰 일부 취약한 신흥시장 국가들이 집중적으로 매도세를 겪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아시아의 인도네시아로 위기가 전염되면서 이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들이 개별국가의 취약성에 따른 매도세가 아닌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 "투자자들, 그저 신흥시장 탈출 원해"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날 신흥시장 주가지수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800개에 육박하는 신흥시장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FTSE 신흥시장 지수는 이날 6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6% 더 떨어졌다. 이날 낙폭은 3주만에 최대 규모로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특히 1월 최고치에 비해 20% 넘게 하락해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신흥시장 지수 약세 속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가 사상최저치로 추락하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사태가 일련의 개별적 사건이라기보다는 좀 더 광범위한 매도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채권펀드 핌코의 진 프리다 시장전략가는 "그동안은 개별적인 특성에 기인한 일련의 충격들이 이어져왔지만 이번주 들어서는 이같은 개별적 사건보다는 일반적인 매도세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그저 신흥시장에서 당장 빠져나가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아르헨티나 등의 개별적 취약성이 올해 신흥시장 약세에 일조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제 신흥시장 통화, 주식, 채권 등 자산을 줄이려 하고 있다는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과 뉴욕시장에도 충격을 줘 유럽, 뉴욕 증시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츠의 다이포 에번스도 "사람들이 지금은 개별사안 너머의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전파와 전염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고, 이 가운데 가장 취약한 나라가 어디인지를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과 그동안 사들였던 채권 매각을 통한 자금회수의 자연스런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의 개별특성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매도세를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악사의 펀드매니저 마크 팅커는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런던은행간금리(리보·LIBOR)가 지난 1년새 2배 가까이 급등했다면서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미 통화정책 기준축의 자연스런 결과"라고 말했다.

■ 무역전쟁, 유가상승 등도 부담
여기에 세계 경기둔화 우려를 불러 일으키는 무역전쟁, 일부 석유수출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흥시장에 부담이 되는 유가 상승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하고 있는 2000억달러어치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공청회 기간이 끝나 중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유가 상승도 신흥시장 전반에는 수입물가 불안과 외화부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올해 신흥시장 경제성장률이 최대 1.5%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아시아 통화에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중국 위안이 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위안이 흔들리게 되고, 아시아 통화 역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다만 중국인민은행(PBOC)이 위안 가치를 안정시키면 무역전이 아시아 통화에 미치는 충격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의 취약고리, 인도네시아
터키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공을 강타한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이날 아시아까지 위협해 아시아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으로 간주되는 인도네시아를 덮쳤다.

자카르타 증시는 3.8% 급락해 2016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장중 낙폭이 4.8%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루피아는 달러당 1만4930루피아까지 추락해 20년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하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급등했다. 10년만기 인도네시아 국채 수익률은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8.49%로 치솟았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신흥시장 가운데서 달러 표시 부채가 상당하고, 주식과 채권의 외국인 비중이 높아 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NG의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인 롭 카넬은 인도네시아가 "아르헨티나, 남아공, 터키 등에 비해서는 훨씬 더 튼튼하다"면서도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들 국가에 가장 가깝게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대응도 빨라졌지만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은행은 인도네시아은행(BI)는 달러를 팔고 인도네시아 국채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BI는 5월 이후 반복적으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개입하고, 기준금리를 1%포인트 넘게 끌어올렸지만 루피아가 올들어 달러에 대해 9% 넘게 하락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정부는 발전소 건설 연기, 수입세 인상 등의 조처를 내놨다.
아직 자금확보가 안된 일부 발전소 건설계획을 미뤄 80억~100억달러 추가 자금소요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또 1100여개 수입품에는 세율을 최대 4배 높여 수입억제를 통해 외화반출을 줄이기로 했다.
스리 물리야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지금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이례적인 대응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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