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못잡는 집값정책]

"당정, 집값 발언 신중해야" 李총리, 정책 엇박자 지적

연합뉴스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의 잇단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언이 쏟아지자 이낙연 국무총리(사진)가 6일 긴급 진화에 나섰다. 각종 설익은 발언들이 당정청 간 조율도 없이 나오면서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정부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면 최악의 경우 현 정부에서 결국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싸고 정부와 청와대 경제라인 간 갈등설이 이어진 뒤 부동산마저 여권 내부에서 엇박자를 내면서 불씨가 커지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 "정부여당 부동산 발언 신중해야"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 정부.여당이 조금 더 신중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초기 구상 단계의 의견은 토론을 통해 조정하고 그 이후에는 통일된 의견을 말하도록 모두 유념해 달라"고 했다. 또 "요즘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당정청에서 몇 가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집값 안정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한 방안들일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을 의견 차이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 부총리의 부동산 세금 발언 혼선 등이 주된 배경으로 지적된다.

지난 7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보유세와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점진적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보유세 문제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가 한 달 만인 지난달 30일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이를 뒤집었다. 이 대표는 3주택자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른바 '핀셋 종부세'를 통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자는 취지이지만 이 대표 발언 직후 종부세 인상은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종부세는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트라우마'로 불린다. 그래서 현 정부에선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이 대표가 사실상의 금기어를 재론한 것이다. 종부세 문제가 논란이 되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불끄기에 나섰다.

■ 부동산 정책 부처별 엇박자, 조율 필요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서도 석달간 점진적 개편론→세금 인상 시급론→속도 조절론 등으로 입장차가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시장에도 결코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엇박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입장차를 보이면서 정부.여당이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임대 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주택임대등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하다. 혜택을 줄여야겠다"고 밝혔다. 임대사업 활성화 대책을 실시 9개월 만에 사실상 접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국토부가) 세제 대책을 강구하겠다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무 장관이 주택임대사업자에 세금 인센티브를 줄이기로 한 발표 뒤 이 대표가 "공급이 우선"이라고 제동을 건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조만간 국토교통부와 현 부동산 시장 현안과 문제점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