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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앞두고.. 더 치열해진 망 중립성 논쟁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9 17:07

수정 2018.09.09 21:05

통신업계가 주장하는 '제로레이팅 활성화', 망 중립성 완화와 직결
국내 콘텐츠 사업자에겐 망 사용료 지출 늘어나고 관리형 서비스도 부담
5G 앞두고.. 더 치열해진 망 중립성 논쟁

내년 초 5세대통신(5G) 상용화를 앞두고 망중립성을 완화하거나 제로레이팅.관리형 서비스(네트워크 슬라이싱)를 활성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강화되면서 이미 세계 최고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 국내 인터넷업계가 끙끙 앓고 있다.

특히 제로레이팅이 활성화되거나 관리형 서비스 도입 주장에 힘이 실릴 경우 유튜브, 넷플릭스 등 압도적인 자금력을 가진 글로벌 콘텐츠 공급 사업자(CP)의 공습을 견디지 못하고 국내 인터넷 업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말까지 운영하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도 결국 망중립성 완화를 위한 명분쌓기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기업 역차별 심화… 이용자도 피해

9일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초 5G 세계 최초 상용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망중립성 유지와 완화 사이에 논쟁이 치열하다.

제로레이팅 활성화.관리형 서비스 도입 등 망중립성이 약화되면 인터넷 기업, 스타트업 등 CP만 망이용료 급증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 등 혁신적 아이디어를 동반한 기업은 탄생하기 어렵게 된다.
이용자(소비자)가 최종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부 교수는 "만약 관리형 서비스를 허용하게 되면 카카오 보이스톡은 나올 수 없고, 스타트업은 매출 3분의 1 이상을 전용회선료에 넣어야 하는 등 안정적 혁신이 불가능하다"면서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망중립성이 폐기된 미국에서 통신사 버라이즌이 캘리포니아 산불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방서 데이터 속도를 강제로 제한한 사건이 지난달에 벌어졌다. 에르네스토 팔콘 변호사(전자프론티어 법률자문)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미국 국민 85%가 망중립성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최근 나왔고, 캘리포니아주 등 주 몇 곳은 법적으로 망중립성 복원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망중립성 완화가 글로벌 CP와 국내 CP 간 역차별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성토도 나온다. 유튜브,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인터넷 업계는 동영상 콘텐츠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는 경쟁조차 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망중립성 완화는 자본력 우위에 있는 글로벌 기업이 더 빠른 회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유튜브, 넷플릭스에 더 특혜를 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업계 '전전긍긍'

문제는 정부 의지 만으로 망중립성을 약화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망중립성은 전기통신사업법이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규정하거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적시돼 있다.

실제 정부는 망중립성 정책 기조는 유지하지만 △제로레이팅은 활성화하고 △네트워그 슬라이싱 등 신기술은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제로레이팅, 관리형 서비스는 모두 망이용료를 더 내야 하는 구조로, 망중립성 완화와 직결된다.
이를테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관리형 서비스에 '동영상'을 추가한다면 통신사는 동영상 콘텐츠는 5G에서 특정 대역폭을 지정해 차등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올 연말까지 운영되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도 관리형 서비스, 제로레이팅 활성화 등이 의제에 줄줄이 오르면서 정부가 협의체를 망중립성 완화를 위한 명분쌓기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회 의제나 구성부터 망사업자 이해관계가 반영됐다"면서 "협의회가 망중립성 완화 정당성을 마련하려고 인터넷 업계나 시민단체를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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