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번에는 일 좀 하는 국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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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면 기사분과 대화를 자주 한다. 이동하는 중에 무료함을 없애기 위해서다. 자주 "요새 경기는 어때요"라고 묻는다. 답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질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기사분들의 답은 거의 비슷하다. "힘들죠. 그런데 언제 좋았던 적이 있었나요.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는 깊은 한숨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마음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최근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김영란법) 삶의 질을 높이며(최저임금 인상) 삶과 일의 균형(주 52시간 근무제)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정책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실상은 서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삶의 터전을 포기한 자영업자는 90만여명, 올해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재 자영업자 수는 550만여명. 국민 9명 중 한 명이 자영업자이고, 자영업자 10명 중 2명가량이 매년 사업을 접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요 정책결정에서는 항상 소외되고 있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지금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 요구는 어찌 보면 하나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서민들의 '한'을 풀어줄 국회가 지난 3일 시작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 열리는 정기국회다.

9월 국회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는 크다. 여야가 힘든 서민들을 위로하겠다고 합의한 만큼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굵직굵직한 현안이 많아 상가임대차보호법, 카드수수료 인하법, 가맹거래공정화법 등 민생법안은 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당은 정부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부동산정책,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 내놓은 정책마다 실패했다며 공세를 강화, 여당에 밀린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획이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2년차를 맞는 문재인정부의 민생, 개혁 입법 과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오는 11일 제출하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놓고서는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예상된다. 정부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 국회 의결을 요청하고 있지만 야당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밀어붙이기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도 여야가 다른 규제완화 법안들과 '패키지'로 묶어 처리할 예정이어서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사실 국회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거의 예외 없이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속고서도 서민들은 또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만은 '혹시나'를 '역시나'가 아닌 '기대 이상으로' 만드는 국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상공인들은 폐업하고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