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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부의 패트리어트]비밀병기 F-35 조종사 양성 'T-50 고등훈련기'..美 하늘날까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1 14:09

수정 2018.09.29 16:31

항공산업 명운 걸고 22조원 美시장 진출 3파전..이달 발표날 듯
▲ KAI와 록키드마틴 컨소시엄이 미국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로 제안한 T-50A의 모습
▲ KAI와 록키드마틴 컨소시엄이 미국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로 제안한 T-50A의 모습
▲ T-50의 제원 및 특성
▲ T-50의 제원 및 특성

미국 공군이 차세대 고등훈련기 공급업체를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예정되면서 T-50의 사업 수주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 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교체 입찰사업(APT:Advanced Pilot Training)에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다.

APT 사업은 조종사 양성 3단계 고등과정에서 훈련기로 사용하는 기체 T-38A 350대를 교체하는 것으로 사업비 약 195억 달러(한화 약 22조원.한국국방연구원 추정치)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미 공군은 50년 이상 사용한 노후 기종을 5세대 전투기 운용에 적합한 제트엔진 훈련기로 교체하기 위해, 2026년까지 개발 비용 15억 달러와 양산 비용 180억 달러를 투입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KAI와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은 고등훈련기 T-50을 개량한 T-50A을 미 공군에 제안했다. 최대 경쟁 상대로는 미 보잉사와 스웨덴 사브사가 개발한 T-X가 유력하다.
이 밖에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와 미 레오나르도의 T-100까지 삼파전이다.

T-50은 KAI가 자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다. 고도 4만 피트(약 1만 2000m) 상공에서 마하 1.5(초속 360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6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부피가 89%, 중량이 77%에 해당하는 크기로 우수한 기동성을 갖고 있다. 무장이나 레이더 등은 없으며 고등 훈련을 위한 성능은 다 갖췄다.

우리 공군은 조종사 훈련 과정 3단계에서 T-50을 사용하고 있으며, 4단계(전투기 임무전환과정)에서 파생형인 TA-50을 사용한다. 이 밖에도 FA-50(경전투기), T-50B(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전용 기체)를 실전 운용 중이다. 또 T-50은 대외 수출 사업 초기, 성능은 뛰어났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고전을 겪었지만 인도네시아(16대)를 시작으로 이라크 24대, 필리핀 12대 등 3조3000억원 규모의 수출액에 달하는 총 64대를 팔아 안정성도 검증됐다.

KAI는 이번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사활을 다해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미 공군의 운용성능요구(ROC)를 이미 충족시킨 T-50에 대화면 시현기와 공중급유장치, 가상훈련 장비를 추가한 파생형 T-50A를 최종 제안했다.

■ T-50 우세 엿보이지만... '쇄국 경제주의'가 관건
최근 전 세계 조종사 양성체계는 5세대 전투기를 바로 운용할 수 있는 훈련기를 도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조종사 양성을 위한 훈련기가 5세대 전투기와 연계성을 지녀야 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관련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공군은 자국산 최신형 전투기 M346(레오나르도 사)를 개조한 훈련기를 사용하면서 주력기인 유로파이터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운영유지비를 절감하고 있다. 또 미 공군은 조종사 양성 체계에서 주력 전투기로 넘어가기 직전 훈련용 F-16, F-15로 예행연습을 시킨다. 그러나 T-50A나 T-X과 같은 신형 훈련기가 도입된다면 훈련용 F-16 및 F-15를 운용할 일이 줄어들고 그만큼 운용 비용도 줄어든다. 미 공군은 이렇게 줄어드는 비용을 연간 1억6000만~2억80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각국은 조종사를 키울 때 훈련기에서 주력기로 넘어가는 '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보잉과 사브 컨소시엄의 T-X의 모습
▲ 보잉과 사브 컨소시엄의 T-X의 모습
▲전 세계 주요 국가별 조종사 양성체계./자료=공군 제공
▲전 세계 주요 국가별 조종사 양성체계./자료=공군 제공

특히 T-50의 최장점은 '운영 효율성과 높은 비행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T-50은 조종계통을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 by wire system)를 채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를 채택한 훈련기는 T-50이 최초다. 이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 '파워 바이 와이어'(Power By Wire)로, PBW를 채용한 대표적인 항공기는 5세대 전투기 F-35다. 그런 만큼 T-50은 4세대를 뛰어넘어 5세대 전투기의 비행훈련까지 제공할 수 있는 훈련기라고 평가받는다.

이와 관련,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국제외교안보 매거진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T-50은 이미 다섯 개 나라 공군에 운용될 만큼 확실한 검증을 거쳤다. 실제로 필리핀 공군은 T-50을 개량한 FA-50을 실전에 투입하기도 했다"라면서 "특히 록히드마틴은 F-35 스텔스 전투기 제조사이기에 미래의 F-35 조종사를 준비하는 훈련기로 T-50A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보잉과 사브 컨소시엄에 대해선 "엔진과 배출 시트를 1시간 이내에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쉽고 빠른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라면서 "T-X는 오로지 미 공군 만을 위해 설계하고 제작한 항공기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남겼다. 다만 매체는 "미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쇄국 경제주의'(economic nationalism)에 따라 결정 요인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미 공군 APT 사업, 우리 항공산업의 명운 걸려
최근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미 공군 고등훈련기 도입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명운이 결정될 만큼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고등훈련기로 운용되는 T-38의 대체소요만 350대이며, 업계에서는 고등훈련 다음 단계인 전술입문과정 훈련기,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활용되는 가상 적기 등의 대체 소요까지 합친다면 600~800대까지 관측된다. 만약 KAI와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이 이번 APT 사업을 따낸다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이르러 무기 수출 5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 바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

거기에 전 세계 조종사 양성체계에 있어 미 공군의 위상을 고려하면, 이번 사업에서 선정된 항공기가 전 세계 훈련기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미 공군이 도입한 새 항공기의 성능과 단가는 전 세계 훈련기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해당 훈련기에 비해 성능이 뒤처지거나 단가가 비싼 경쟁기종의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상징성이 워낙 높다 보니 우리 항공 산업의 명운이 이번 사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주형 한국국방연구원 전력투자센터장은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사업에 선정된 기종이 향후 세계 훈련기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며 경쟁기종 간의 가격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우리 군과 항공산업계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분명히 인식하고, 저비용 고효율의 조종사 훈련 체계 획득 및 운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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