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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저출산대책, 過보다 功이 많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0 16:38

수정 2018.09.10 16:38

[fn논단] 저출산대책, 過보다 功이 많다

126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이 떨어졌다며 저출산 대책에 대한 비난이 하늘을 찌른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속 시원한 대답이 아쉽기만 한데 명색이 인구 전문가라는 필자까지 꿀 먹은 벙어리 노릇 하기 민망해 소견을 올린다. 먼저 정부가 기울인 노력을 폄하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출산율 정책의 가짓수나 예산규모에서 이만한 볼륨을 가진 정책이 달리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타 선진국과 비교하면 예산규모는 여전히 작고, 그래도 예산투입 효과는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오히려 복지 전반을 출산효과라는 관점에서 재구조화하는 보다 과감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저출산 예산 통계가 제대로 된 것이냐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저출산 예산에는 이를테면 '템플스테이 지원'이나 '향교의 전통예절교육 지원' 같은 가족여가 예산도 포함돼 있고, '청년 해외취업지원' 같은 각종 청년일자리 예산도 들어 있다. 저출산 예산 규모에 놀라는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처럼 아이 낳고 키우는 데 126조원을 썼다는 말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또한 설사 이 돈을 다 가족아동예산으로 잡는다 해도 우리나라의 예산규모는 비슷한 경제규모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대략 지금의 2배 정도를 집행해야 평균 수준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문제는 아직 우리는 이 분야 예산을 제대로 늘릴 재정적·정치적 준비가 안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크게 늘어난 보육비 지원이나 아동수당 외에도 시급한 것으로 자녀가 있는 빈곤가구(특히 한부모 가구)에 대한 현금 지원 및 양육기 소득감소 위험에 대한 대응책(예컨대 부모보험)이 절실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치권의 문제의식이 채 가시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126조원이 정말 효과가 없었을까를 따져보기로 한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돈을 써도 떨어지는 출산율이니 돈은 그만 쓰자고. 그러나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만약 그 돈마저 안 썼더라면 출산율 저하 속도는 더 빨라졌을 것이고, 인구감소는 벌써 몇 년 전에 찾아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로 보육예산이 대폭 확산되던 2009년에서 2013년 기간에 유배유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에 가깝게 상승한 것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당연히 재정투자의 효과다. 만약 이런 출산율 상승효과마저 없었다면 작년에 이미 출산아 수가 24만명(실제론 34만명 출생)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이철희 교수의 계산도 있다.

이제 드디어 '돈을 사용하되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을까'로 모아진다. 정부는 그동안 주로 자녀양육비용 부담 경감과 일·가정 양립환경 조성에 주목했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부터는 결혼할 엄두를 못 내는 청년세대의 만혼 문제에 집중해 청년주거대책과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돈 가지고 큰 효과를 낼 정책분야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추론한 결과를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이를 못 낳는 진짜 이유는 정말이지 이 사회가 너무 불안한 사회이기 때문 아닌가. 노령, 질병, 빈곤, 실업 등 구사회적 위험에 대한 복지제도가 제법 깔린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실직과 폐업 등으로 인한 소득결핍 구간에 대한 노동시장 대책이 불완전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그때그때의 출산장애요인 제거정책을 넘어서서 복지정책 전반을 출산인구정책 관점에서 재구조화하는 더욱 과감한 대응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재인 (사)서울인구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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