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가을, 예술로 물들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0 17:29

수정 2018.09.10 17:41

서울·대전·광주·부산.. 9월, 전국이 비엔날레
광주, 300여 작품 역대 최대.. 5.18다룬 GB커미션전도 볼만
전시장에 쌓은 초코파이 5만개.. 남북 문제 다룬 설치 작품도
부산비엔날레에 설치된 천민정의 '함께 먹어요 초코파이'
부산비엔날레에 설치된 천민정의 '함께 먹어요 초코파이'

국군광주병원 교회 내부에 설치된 마이클 넬슨의 작품
국군광주병원 교회 내부에 설치된 마이클 넬슨의 작품

선우훈 '평면이 새로운 깊이다 2018'
선우훈 '평면이 새로운 깊이다 2018'

【 광주.부산=박지현 기자】 올 9월 전국 각지는 비엔날레 풍년이다. 비엔날레의 맏형 격인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등 전국 어딜가나 다채로운 비엔날레를 만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지난 7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 하에 11명의 큐레이터가 공동감독으로 참여해 각자의 시선에서 지구촌 역사와 정치적 현상, 이주, 난민 등의 경계 지점에 대한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1990년대 추구했던 세계화 이후 오히려 민족적.지정학적 경계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벽, 경계에 대해 조망하고자 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기존의 단일 감독제가 아닌 다수 감독제로 진행되면서 규모도 역대 최대급으로 팽창했다. 전세계 43개국 165명의 작가가 7개 섹션에서 3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수가 늘면서 전시공간도 확장됐다. 광주시 용봉동에 위치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외에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과 옛 국군광주병원, 광주시민회관, 무각사, 이강하미술관 등 다채로운 공간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오는 11월 11일까지 66일간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국민을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 본 미국 민족주의 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의 저서 '상상의 공동체'와 1995년 제1회 비엔날레의 주제인 '경계를 넘어'를 변용했다.

세번째 섹션 '종말들'에 전시된 선우훈의 '평면이 새로운 깊이다 2018'은 지난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집회 문화와 미투 등 여러 사건들을 아이폰과 같은 평면에 픽셀 그래픽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각각의 사회 이슈에 해시태그나 SNS로 반응하는 대중의 모습을 통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포스트 인터넷 환경의 영향력을 표현했다.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에서 펼쳐지는 GB커미션의 전시도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마이크 넬슨, 카데르 아티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떠나간 넋들을 위로한다. 병원부지 내 교회를 전시공간으로 삼은 넬슨은 부서진 병원에서 수집한 60여개의 거울을 모아 서로를 반사시키며 비극을 목도하게끔 한다. 아티아는 국군광주병원을 거쳐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토템을 폐허가 된 병실 곳곳에 설치했다. 한편, 개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북한미술섹션은 정치적 상황으로 작품의 선택에 제약이 있어 아쉬움이 컸다.

■부산비엔날레 '비록 떨어져 있어도'

올해 광주비엔날레가 대규모 작품의 바다를 이뤘다면 부산비엔날레는 상대적으로 콤팩트하게 전시를 구성했다. 8일 개막해 11월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에는 34개국 66명의 작가가 125점의 작품을 부산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과 구도심에 있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 전시한다.

크리스티나 라쿠페로와 외르그 하이저가 전시감독으로 나선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주제어는 '분리'.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이산 등의 분리를 넘어 심리적인 분리까지 통칭하고 있다.

라쿠페로 감독은 "단순히 국가의 분리와 민족의 갈등을 통해 분열된 영토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 또는 이념과 사상을 통해 삶과 심리가 분열된 사람들에 대해 다루려 했다"고 말했다.

또 하이저 감독은 "양으로 승부하면서 전문가들도 작품을 모두 관람하다가 기진맥진하는 전시는 지양하고자 했다"며 "이번 비엔날레는 관람객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작품을 소비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두 전시감독의 말처럼 가볍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알차게 담겼다. 이번 비엔날레에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대만, 독일 등 분단을 겪고 있는 나라의 사례와 사람들의 경험, 심리 상태를 다룬 작품들이 주로 배치됐다. 독일 통일의 과정과 후유증을 독특한 영상으로 표현한 헨리케 나우만의 작품이 특히 돋보인다.


남북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는 천민정의 '함께 먹어요 초코파이' 같은 대형설치 작업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간식이 된 남한의 초코파이 5만개를 7m 지름으로 전시장 한가운데 둥글게 쌓았다.
"관람객들이 지나가며 하나씩 초코파이를 먹고 투명한 튜브에 봉지를 버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남북한 사이의 정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천 작가는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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