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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질린 신흥국… 통화가치 추가 하락 가능성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1 17:19

수정 2018.09.11 17:19

골드만삭스 분석 결과 페소·루피아 등 고평가
파랗게 질린 신흥국… 통화가치 추가 하락 가능성

신흥국 통화가치가 17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일부 통화의 추가 하락 전망이 나와 우려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각국 경제의 국내외 불균형을 고려한 GSFEER 모델 분석 결과 현재 콜롬비아 페소,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다소 고평가돼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은 최근 폭락에도 신흥시장 환율이 아직 2016년 초반만큼 낮은 수준이 아니라며 이들 통화의 추가가치 하락을 시사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4조5000억달러어치 신흥국 통화를 매도하면서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20년 평균치 아래로 떨어졌다. MSCI 신흥시장 지수가 이 수준을 하회할 경우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돌아오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정정 불안 등으로 촉발된 신흥국 통화 폭락세는 브라질 헤알과 아르헨티나 페소, 터키 리라, 인도 루피 등이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 헤알은 대선 불확실성과 취약한 거시경제여건 등의 영향으로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낙관론이 시들해지면서 폭락세로 돌아섰다. 터키 리라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이 격화되고 경제지표마저 시장 전망보다 낮게 나오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와 터키 리라는 올들어 각각 50%, 41% 가치가 폭락했다.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도 신흥국 통화불안 속에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전날 노무라증권은 신흥국 가운데 스리랑카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우크라이나 등 7개국이 환율위기를 겪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보유고와 부채수준, 금리 등을 분석해 환율 위기를 파악하는 조기 경고 모델 '다모클레스'를 분석한 결과다.

다모클레스는 1996년 이후 54개 개발도상국의 환율위기 가운데 3분의 2를 최대 12개월 앞서 예측했다.

신흥국 통화 폭락세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비용 증가 우려 등이 겹치면서 기업 및 정부들은 해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여름(6~8월) 신흥국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 규모는 28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신흥국 정부들의 해외 자금조달액 역시 40% 넘게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기업들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국제 채권시장에 더 노출돼있다"고 우려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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