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소득주도 '출구전략' 모색..잇따른 고용부진에 "최저임금 속도조절"

8월 고용지표 금융위기 이후 최악
靑 곤혹스로운 표정...소득주도성장 뛰어넘는 포용국가 전면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I got everything'이라고 쓰인 잔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두 달 연속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성적표가 나오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곤혹스러움을 넘어 '최저임금의 덫'에 빠진 소득주도성장론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靑 소득주도성장 출구전략 모색
일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논의의 시위를 당겼다. 김 부총리는 12일 통계청의 8월 고향동향이 발표된 직후 고용부진의 요인으로 최저임금 정책을 지목하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고용지표와 관련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선에서 답변을 마무리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불가피한 통증' 정도라는 식의 입장이 '속도조절론 검토'로 바뀐 건 이날 오후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을 찾아 김 부총리의 속도조절을 위한 당·청 협의 개시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김 부총리가)충분히 협의할 것이고 충분히 협의해왔다"며 "대통령도 공약(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사과의 말씀까지 드렸다"며 속도조절론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김 부총리가 말한 '합리적 대안'이 정책 전환을 의미하느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충분히 논의를 많이 했고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소득주도성장의 각론에 대해 굉장히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7월 고용동향 발표부터 이날에 이르기까지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정리하자면, '소득주도성장론의 '기조'는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엔 양극화·불평등 해소에 대한 이 정부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이란 총론은 유지하겠지만, 정책이란 수단은 수정가능하다는 것이다.

■'포용국가' 정책슬로건 선회 검토
여기엔 정권이 출범한 지 불과 1년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과 여론에 떠밀려 핵심 경제기조를 폐기한다는 건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고, 정치의 기반인 철학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란 껍데기만 남은 소득주도성장론을 지키겠다면서도 현실 정책에선 수정을 가할 수 밖에 없는 건 청와대가 처한 딜레마다.

김 부총리나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히 고용부진의 원인이 정책(최저임금 인상)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정책요인도 있을 수 있고 구조적 요인, 경기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정도로 정리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소득주도성장론을 방어하지 않을 수 없는 청와대의 딜레마를 대변한다.

청와대는 나름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에선 무거운 분위기 속에 8월 고용동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는 최근 소득주도성장론이란 용어 대신 포용국가, 포용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처음으로 개최한 '포용국가 전략회의'이후 '포용국가'를 대표 슬로건으로 띄우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현장에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포용국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포함하는 새로운 사회정책 분야의 지향점으로 포용국가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소득주도 담론을 둘러싼 논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