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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두나무 대표 "거래소 실명계좌 열어주면 자금세탁방지 가능"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3 10:00

수정 2018.09.13 10:00

"인터넷 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 블록체인서도 여전"
【제주=허준 기자】 "원화(KRW)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 거래소들은 익명성이 특징인 암호화폐를 실제 은행계좌와 연결해 실명성을 보장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이용자가 누구인지 신원을 확인(KYC)할 수 있고 자금세탁방지(AML)를 책임질 수 있다. 정부가 걱정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전선에 있는 것이 거래소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우려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건전한 거래소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구체적 규제 가이드라인이 없는 현재 상태로는 단순히 거래대금으로 돈만 벌려고 나서는 거래소을 막을 수 없다는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준이 마련돼야 불법 자금세탁 같은 정부의 걱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담당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만나 의견을 나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이 대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결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의 문제점을 걱정만 하고 있을 뿐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업계 협의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아 걱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이석우 대표는 13일 제주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월 대표 취임 이후의 9개월간의 소회를 밝히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거래소 이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소 신규이용자 은행계좌 발급이 가장 큰 문제
이 대표는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시중은행들이 신규 이용자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은행들이 기존 이용자의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것은 해주면서 신규 이용자에 대해서는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우 대표는 "은행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신규 계좌를 발급해주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며 "어떻게든 은행과 잘 협의해서 신규 이용자들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실명계좌가 암호화폐의 익명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암호화폐와 실제 은행계좌를 연결하면 익명성을 실명성으로 바꿔주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거래소가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실명계좌 연결은 반드시 필요하다.

■"투자자 보호 위해 거래소 기준 반드시 필요"
이석우 대표는 특정 암호화폐의 입출금을 제한해서 가격을 급상승 시키는 일명 '가두리 펌핑'이나 수십억원의 상장비를 받고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등 일부 거래소들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소가 돈벌이가 되고, 거래가 활발하니 이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거래소를 만들면 거래소의 책임이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안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거래소에 대한 기준이 없고, 누구나 만들 수 있으니 작은 거래소 한두곳에서 안좋은 일이 생기면 거래소 전체가 욕을 먹게 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래소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기준은 있어야한다는 생각"이라며 "정부는 기준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일반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거래소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분야 역차별, 블록체인에서도 여전"
아울러 이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에도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네이버의 전신인 NHN을 거쳐 카카오 대표까지 지낸 한국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오래전부터 국내 기업을 차별하면서 외국기업을 우대해주는 이상한 역차별 구도가 항상 있다며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꼬집은 것이다.

그는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등 해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들을 옭아매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기업이 들어와서 활동하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NHN이나 카카오에 있을때도 같은 이슈가 항상 있었는데 블록체인 분야에도 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아닌가"라며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빨리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석우 대표는 이날 개막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관련 행사는 굉장히 많지만 대부분 프로젝트 소개나 암호화폐 홍보하는 자리라서 개발자들간의 토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분야가 기술집약적이고 굉장히 전문적인 고도의 기술이 사용되는 분야인데 그런 개발자들간의 토의가 이뤄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제주에서 계속하는게 맞는지는 이번에 해보고 고민해봐야겠지만, 컨퍼런스는 매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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