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택시에 구토하면 변상은 얼마? 모호한 기준에 모두 '난처'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5 09:20

수정 2018.09.15 09:20

승객이 차 내에 구토를 하면 당일 택시의 운행은 어려워진다. 구토한 것을 치워야 할 뿐만 아니라 차에 남는 냄새 때문에 다른 승객을 태우기도 곤란하다. /사진=연합뉴스
승객이 차 내에 구토를 하면 당일 택시의 운행은 어려워진다. 구토한 것을 치워야 할 뿐만 아니라 차에 남는 냄새 때문에 다른 승객을 태우기도 곤란하다. /사진=연합뉴스

술을 마시고 택시에 탔는데 속이 울렁거려 구토했다면 택시기사에게 얼마를 변상해야 할까. 서울택시운송조합 기준에 따르면 승객이 택시 내에서 구토할 경우 최대 15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금액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택시기사와 승객이 알아서 합의해야 한다.
문제는 보상금에 대한 서로의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가령 15만원의 금액이 과하다는 승객의 입장과 15만원 이하로 보상금을 깎아줄 수 없다는 택시 기사의 입장이 대립하는 경우다. 택시 기사와 승객이 생각하는 '적정한 금액'에 대한 기준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구토 시 최대 15만원.. 청소비와 영업손실금 포함

실제 지난해 4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소속 기사 685명을 대상으로 벌인 '택시 이용 승객의 부당행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자의 87.8%인 602명이 최근 3년간 승객에게 1회 이상의 부당행위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이 술에 취해 잠이 들어버린 경우(주취 수면)가 487건(80.9%)으로 가장 많았고, '구토'는 484건(80.4%)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구토한 승객에게 받은 배상 금액은 '5만원 미만'이 329명(68%)으로 가장 많았다. 5만~10만원은 102명(21%), 10만~15만원은 29명(6%)이었다. 반면 15만원 이상 받았다는 택시기사는 24명(5%)에 그쳤다.

승객이 차 내에 구토하면 당일 택시의 운행은 어려워진다. 구토한 것을 치워야 할 뿐만 아니라 차에 남는 냄새 때문에 다른 승객을 태우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구토 시 최대 15만원'의 보상금은 청소비와 영업손실금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승객이 구토 때문에 차량 외 또 다른 손해를 일으키게 된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금액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택시기사 김모(62)씨는 "차라리 최소 얼마의 금액은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구토한 취객에게 돈을 달라고 하면 대부분 '덤터기'를 씌운다고 화를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택시 내 구토는 택시기사에게 치명적.. 2차 피해도 발생

지난 8월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는 택시이용 민원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일행 중 한 명이 속이 거북하다고 해 기사님에게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며 "차에서 내려 토했음에도, 기사님은 차 안을 계속해서 살피면서 알아서 쉬다가 다른 택시를 타라며 결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목적지까지 5~10분이면 갈 거리를 태워주지 않아 어두운 도로변을 30분 동안 걸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법인택시 운송사업조합은 사과의 뜻을 전하며 "택시가 배회영업을 하므로 승객 하차 후 신속하게 운행해야 하는데 구토 시 이후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구토한 만취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변상을 요구받고 폭력을 행사한 2차 피해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5월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술에 만취해 택시에 구토한 승객 B(22)씨가 변상을 요구하는 택시기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의식불명의 상태에 이르게 했다. 택시기사의 변상요구에 격분한 승객이 화를 못 참고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한편, 법적으로 정확하게 배상금액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택시운송사업 운송약관 제13조 1항에 따르면 15만원 이내에 세차비와 영업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배상금은 법적 효력은 있지만 법적 제재가 가해지는 벌금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 따라서 택시기사와 손님 간 다툼이 발생할 시 약관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통해 대응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더 큰 비용이 드는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서울특별시 택시운송 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기준은 보험약관의 개념과 다를 바 없다"며 "당사자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택시 기사와 승객 간의 체감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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