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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어라!"...'탈중앙화' 양보하고 '효율화' 선택기업 늘어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7 15:06

수정 2018.09.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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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서비스 발굴이 급선무… 탈중앙화와 타협하는 블록체인 기업들
블록체인 기업들이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라고 불리던 '탈중앙화'를 일부 양보하면서 대중적인 서비스를 먼저 발굴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재설정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로는 수백만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서비스의 일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거나, 일부 검증된 블록 검증자들을 운영해 서비스 속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탈중앙화 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가치인 신뢰성 확보 등을 검증하고, 산업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일부 탈중앙화를 양보하더라도 대중적인 서비스 발굴이우선 과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DPOS라는 부분 탈중앙화 방식을 채택한 블록체인 플랫폼 '이오스'
DPOS라는 부분 탈중앙화 방식을 채택한 블록체인 플랫폼 '이오스'
■이오스, 부분 탈중앙화 방식 'DPOS' 채택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두나무, 시그마체인 등 국내 대표 블록체인 기업들과 이오스 등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를 일부 양보하는 대신 서비스 안정성을 높여 대중적인 서비스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오스는 위임지분증명(DPOS)이란 방식으로 완전 탈중앙화 대신 21개 블록생성자들이 블록체인을 운영하도록 했다.
모든 참여자들이 블록 생성과 검증을 담당하는 기존 방식에서 21개의 참여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빠른 블록생성과 정보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오스의 이런 방식이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오스는 탈중앙화라는 가치보다 실제로 서비스가 구동될 수 있는 서비스 안전성과 속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탈중앙화 일부 포기해야 서비스 발굴 가능하다"
이오스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개발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은 카카오가 검증한 영향력있는 기업들이 블록 생성과 검증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름있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걸고 참여하기 때문에 더 안정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이 가동된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지난 13일 제주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UDC 2018)'에서 개발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소개하며 탈중앙화를 일부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지난 13일 제주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UDC 2018)'에서 개발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소개하며 탈중앙화를 일부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탈중앙화라는 가치 외에도 블록체인은 신뢰성 보장 등 다양한 가치 전달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서비스의 일부만 블록체인에 올리는 하이브리드 앱을 먼저 만들고, 탈중앙화라는 철학은 조금 나중에 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 대표는 "지금은 대중적인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우선 탈중앙화를 일부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향후 기술이 더 발전하면 완전 탈중앙화로 서비스를 제공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나무, 시그마체인 등도 마찬가지 행보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이 연내 선보일 예정인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루니버스' 역시 탈중앙화를 일부 포기한 플랫폼이다. 루니버스가 제공하는 블록체인 역시 두나무와 두나무의 파트너사들이 참여해서 블록 생성과 검증을 담당한다. 카카오의 방식과 유사하다.

싸이월드 출신들이 모여 개발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시그마체인'은 이오스의 21개 BP 방식에 일반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융합했다. 17개 BP가 투표를 통해 선정되고 무작위로 일반 이용자 4명이 이 BP들의 블록 생성과 검증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최대 화두는 실제 생활에서 많이 활용되는 대중적인 서비스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기술로는 일부 탈중앙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블록을 생성하고 검증한다는 이상적인 구조는 너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실제 활용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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