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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보다 빚이 더 빨리 쌓인다.. 가계빚 증가속도 OECD의 8배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0 18:13

수정 2018.09.20 21:09

한은 금융안정 보고서
2분기 가계부채 1493조원, 가처분소득 대비 1.6배 최대.. 취약층 대출부실화 ‘뇌관’
소득보다 빚이 더 빨리 쌓인다.. 가계빚 증가속도 OECD의 8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버는 돈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여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8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올 하반기 기준금리까지 인상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대출 부실화가 우려된다.

■가계빚 증가속도 OECD 8배 달해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4분기 말 기준 149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한국은행 측은 "전년 말(8.1%)보다 0.5%포인트 낮아지긴 했지만 2012~2014년 평균치인 5.8%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출 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 및 기타대출(신용대출 및 비주택담보대출 등)이 각각 5.9%, 9.3% 늘었으며 금융기관별로는 은행 및 비은행 대출이 각각 8.1%, 5.8%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말 159.8%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4분기 말 기준 161.1%(추정치)로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7년 말 83.8%였지만 2·4분기 말 84.8%로 1%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추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때 더욱 도드라진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3.1%포인트로 OECD 평균치인 0.4%포인트보다 8배가량 빠르다"면서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차주 대출 2조4000억원 급증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의 대출규모는 현재 85조1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1409조9000억원의 6%에 이른다.

이는 전년 말보다 2조4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저신용인 차주의 대출규모 역시 12조8000억원으로 전년말대비 소폭(1000억원) 증가했다. 차주별 신용대출 점유 비중(해당 차주 전체 가계대출 대비)은 취약차주가 비취약차주보다 2배가량 높았다.

반면 가계대출 비중에서 고소득자는 갈수록 줄고, 고신용자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분기 기준 가계대출 중 고소득(상위 30%) 및 고신용 차주의 대출 비중은 각각 64.1%, 69.7%에 이른다.
2014년부터 따져보면 고소득자의 대출 비중은 65.9%에서 올 2·4분기 64.1%로 줄어들었지만 고신용자 비중은 같은 기간 59.5%에서 69.7%로 늘었다. 이는 부자들은 갈수록 대출받을 필요가 없어지고, 은행들이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측은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부채 보유 가계의 소득 및 자산 분포 등을 감안할 때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대출금리 상승 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들 계층에 대한 정책적 대응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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