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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속 인물] 알리바바를 물려받은 '소요자' 장융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2 06:00

수정 2018.09.22 06:00

장융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장융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이끌던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느닷없이 은퇴선언을 했다. 그가 지목한 후계자는 장융(다니엘 장)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 사내에서 '소요자'로 불리는 그는 세계적인 할인행사로 발돋움한 '광군제' 행사의 설계자로 유명하지만 그가 정작 어떤 경영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1972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장융은 올해 한국 나이로 47세가 됐다. 그는 상하이재경대학에서 재무학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애초에 영국계 은행인 베어링스은행에 취업할 계획이었으나 은행이 1995년에 망하면서 진로를 바꿨다. 장융은 이후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의 문을 두드렸으나 회사가 엔론 분식회계 사태로 무너지면서 결국 다국적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입사했다. 감사분야에서 선임 매니저까지 올라간 그는 중국 게임업체 샨다로 넘어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고 2007년 8월에 알리바바그룹 산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CFO로 처음 알리바바에 발을 들였다.


장융은 알리바바그룹에 합류한 뒤 뛰어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08년에 타오바오의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된 그는 2009년 알리바바가 독신자들이 11월 11일에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서 외로움을 달랜다는 의미였던 광군제에 주목했다. 장융은 광군제를 막대한 할인율을 자랑하는 24시간 쇼핑데이로 바꾸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설계 작업을 맡았다. 지난해 광군제 매출은 1680억위안(약 27조원)에 달했다. 그는 타오바오에서 분리된 쇼핑몰인 티몰에서 2011년부로 사장 자리에 올랐고 2013년에는 알리바바그룹의 COO가 됐다. 장융은 2년 뒤인 2015년에 알리바바그룹 CEO로 임명됐으며 지난 10일부로 차기 회장에 지명됐다. 마 회장은 이달 은퇴 선언에서 장융을 언급하며 "알리바바는 (장융이 CEO가 된 이후) 13분기 연속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융의 분석적인 사고는 비길 곳이 없으며 그는 우리의 사명과 비전을 소중히 여긴다"고 주장했다. 장융은 CEO 취임 직후 모바일 중심 사업 전략을 확장하고 중국 동영상 포털인 유쿠투더우 인수를 추진했다. 현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점을 통합하는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투자자들은 회계사 출신으로 돈만 만지던 장융이 거친 경영무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알리바바 주가는 마 회장의 은퇴 선언 당일 약 3% 급락했다. 장융이 자기 명함에까지 적어 놓은 별명인 소요자는 김용의 무협소설 '천룡팔부'에 등장하는 무림고수로 글자만 보자면 '자유분방한 인간'이 된다. 제프리 타우슨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를 통해 "마 회장이 과감한 선지자이자 조직을 세운 건축가라면 장융은 보다 약삭빠른 전략가면서 운영자"라고 평가했다.


마 회장은 자신의 상하의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이 되는 2020년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약 20년 동안 시가총액만 4000억달러(약 446조원)가 넘는 기업이 된 알리바바는 이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동시에 중국 내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쇼핑 생태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스로 소요자라고 주장하는 회계사 출신 CEO가 미·중 무역전쟁이나 텐센트, 징둥닷컴같은 중국 경쟁자들의 위협을 뿌리치고 이 같은 과제를 이룰 수 있을 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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