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한·미 FTA 개정 서명..자동차 관세 면제 등 불확실성 남아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5 10:31

수정 2018.09.25 10:31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와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문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와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문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24일(현지시간) 양국이 미국 뉴욕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문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한·미 양국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최종 단계를 끝냈다. 양국은 의회 절차만 거치면 개정 FTA는 발효된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에 서명된 개정 의정서 2건에 대해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내년 1월 1일까지 FTA 개정안을 발효한다는 목표다. 미국은 의회 승인없이 협의만 하면 되지만, 우리는 국회 의결을 거쳐야 발효된다.

다만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이슈로 한·미간 통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향후 우리나라 FTA 국회 비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종 "한·미 FTA, 우리 경제 불확실성 해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협정 서명식에서 "한국과 미국이 무역협력의 본보기를 세웠다. 취임 첫날부터 공정하고 호혜적인 방식으로 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할 것이라고 미국인들에게 약속해왔다. 우리가 처음 약속을 실천했다"며 무역분야의 첫 주요 합의(메이저 딜)를 이룬 것이 자신의 치적임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철강관세 등 대(對)미국 통상 분쟁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점을 이번 개정의 큰 성과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국과 치열하게 통상 분쟁, 통상 쓰나미에 휩싸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서명된 무역협정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중순 '주요업종 수출점검회의'에서도 김 본부장은 "한·미 FTA 서명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FTA 개정협상 타결이 미국과의 다른 통상 현안도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美 요구대로 '화물자동차 관세 20년 연장'
이번에 서명한 FTA 개정협상 문안은 지난 3월 원칙적 타결 발표 당시 공개한 합의 결과에서 추가되거나 달라진 내용은 없다. 개정안은 양국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합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문서다. 개정 의정서 2건, 공동위원회 해석, 합의의사록과 서한교환 등 총 8건이다.

한·미 개정 FTA의 주요 내용은 미국의 관심 이슈였던 자동차 분야다. 미국은 한국에 수출하는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를 20년 연장해 2041년 1월 1일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당초 FTA상에선 철폐시한이 2021년 1월 1일이었다.

또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기준 예외는 기존 제작사별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린다. 이에 따라 제작사별로 연간 최대 5만대에 한해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FMVSS)만 준수하면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KMVSS)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 교체부품도 미국 안전기준에 따른다.

우리가 자동차 시장을 미국에 양보한 대신, 우리나라의 관심사항이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는 양국이 소송 남용을 제한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보호하는 요소를 협정문에 반영했다. 산업부 측은 "ISDS 중복 제소 방지는 우리나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도 없는 조항이다. 한·미 FTA 개정안은 기존 FTA보다 ISDS 소송 남발을 방지할 요소를 많이 추가했다"고 밝혔다.

ISDS 개정의 경우,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소송 남발을 차단하고 정부의 정책권한을 보호하는 조항을 명시했다.

대표적인 조항은 △다국적기업이 다른 투자협정을 통해 ISDS 제소를 한 사안을 한·미 FTA 조항을 들어 다시 제소할 수 없도록 한 것 △투자자 기대에 부합하지 않은 정부의 조치로 투자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한·미 FTA의 최소기준대우 위반이 아니라는 것 △투자자는 ISDS를 소송을 낼 때 정부 정책과 투자 손실의 연관성, 정부의 FTA 위반 여부 등 모든 청구요소에 대해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美 자동차관세땐 'FTA 개정' 의미 잃어
한·미 개정 FTA 서명으로 양국간 통상 이슈는 상당부분 해소됐으나 완전한 문제 해결은 아니다.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유럽 등 자동차 제조국을 상대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걸어 최대 25% 수준의 자동차 관세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FTA 개정 서명으로 자동차 통상 문제도 해소됐다는 점을 들어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지난 8월말 국회에서 "우리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관심사항을) 벌써 다 해결했다. 이 때문에 당연히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우리가 자동차 관세에서 예외(면제)가 될 보장은 없다. 예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대미 무역 흑자폭이 크게 줄었고(올 상반기 25% 하락)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다는 점 등을 들어 "자동차 관세 예외를 적용하는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FTA에 서명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우리 측에 '자동차 관세' 면제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 한국자동차에 쿼터 등 일정부분 관세를 물리면 FTA를 개정한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된다.

이와 관련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는 약속대로 FTA에 서명하면서 자동차 관세에 대한 우리측의 반대 입장(명분)을 강화하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미 FTA 비준이 완료된 상황에서 미국이 자동차 관세 등을 압박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카드(안전장치)가 있을지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 조사 결과 발표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으나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관세 25%와 국가별 쿼터제 등 '자동차 관세'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