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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무역전쟁, 관세맞보복 '치킨게임' 정점 치닫나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6 15:14

수정 2019.08.22 13:08


【워싱턴 베이징=장도선 조창원 특파원】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관세부과 맞보복 조치를 발동하면서 양국간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수입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중국을 겨냥한 강경한 무역정책 기조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날 2000억 달러(약 22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압박 의지를 전세계를 향해 재차 공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무역 행태를 비판하는 '백서'발간과 6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동해 맞불을 놨다. 일각에선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넘어 외교·군사 분야 전반으로 강대강 대치에 나서자 소련 붕괴 이후 30여년 만에 '신냉전' 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중국 타격' 실천 이어 공언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대중국 타격행보는 중국의 전폭적인 양보안 없이 타협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메가톤급 규모의 관세폭탄 투하에 이어 유엔총회에서 미국 중심주의를 표방하며 중국을 겨냥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작심발언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무역은 공정하고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미국은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은 수십년간 세계 모든 나라의 물건이 거의 조건 없이 미국에 수입되도록 허용했으나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결과 미국의 무역적자는 연간 8000억달러 가까이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과 교역을 통해 흑자를 내는 주요국들을 싸잡아 경고한 것으로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를 역설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우리 근로자들이 희생당하고 우리 기업들이 사기 당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일부 국가들의 덤핑 수출,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그리고 지적 재산권 절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세계무대에서 중국을 겨냥해 십자포화을 쏟아부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전날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에 관세부과를 시작하면서 미국의 관세부과 대상은 미국의 중국산 수입규모 5055억 달러의 절반인 2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미국은 지난 7, 8월 두 차례로 나눠 1097개 품목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부과를 시작했다.

관세부과 실천에 이어 세계무대에서 공언까지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목표 달성의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 퀸스 크로스비는 CNBC에 "트럼프의 연설은 협상이 없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미국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장기 항전·협상' 강온전략 고심
중국은 미국의 거센 대중압박 행보에 장기전을 각오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부과에 맞서 6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맞보복 카드로 맞섰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대규모 무역보복 카드를 공언해온 가운데 중국이 내놓을 관세보복 카드는 이미 소진됐다. 이에 중국은 장기전과 동시에 단기적으로 협상의 틈새를 찾는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이같은 중국의 스탠스는 미국이 대규모 추가관세를 부과한 뒤 언급되는 중국 입장에서 드러난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 당일 발표한 '백서'에서 미국이 관세부과 등의 극단적인 압력을 가해 '경제적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과 담판의 문은 줄곧 열려 있지만, 관세라는 몽둥이로 위협하는 속에서는 담판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중국은 백서에서 "중미 무역관계는 양국 인민의 복지와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 번영, 안정과도 관련된다"면서 "중미 양국에 협력은 유일한 선택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미 장기 항전을 각오하면서도 강대국과 후발 강대국이 맞붙는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상의 문을 노크하는 모양새다.
백서에서 중국이 향후 미국과 투자협정 협상을 재개하는 한편, '적절한 시기'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담은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진행된 중국 정부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도 양국간 협상 재개 조건의 미국의 의지를 강조하는 중국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은 협상과 담판으로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지만 담판과 협상에 효과가 있으려면 반드시 상대방을 평등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언제 중미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될지는 완전히 미국 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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