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지방 민심 외면하는 '자치분권'


지방자치의 주인공은 전국 곳곳의 지역 주민들이다. 요즘은 '지방자치' 대신 '자치분권'이란 거창한 용어에 익숙해졌지만 정작 분위기는 시큰둥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재직 당시 "지방자치는 없고, 지방선거만 있다"고 지적한 것에서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거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대해 지방정부와 지방의원들의 집단 반발 역시 심상찮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을 운운할 정도였던 대선 공약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전면 후퇴했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다음달 22일 국회에서 전국 시·도 광역의원 824명 전원이 참여하는 지방분권 촉구 결의대회를 갖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의장협의회는 지난 19일 "아직도 지방의회를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구의 하위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추진될 사안이니 인내심을 갖고 좀 더 기다려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핵심 중 하나인 지방 재정운영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방안에 주목해 줄 것도 거듭 강조한다. 실제로 국세와 지방세 구조를 8대 2에서 6대 4로 전환하는 등 재원보전과 관련,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은 정부가 체감할 수 없는 청사진만 장황하게 나열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지방의회의 숙원인 정책지원 전문인력, 인사권 독립,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예산편성권, 교섭단체 운영 지원 등은 대부분 누락됐거나 형식적으로 다뤄졌다는 입장이다.

주민자치회의 확대 설치는 또 다른 관변화 정책이라며 불만을 터트린다. 전체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 때문에 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임기 말에나 시행하겠다는 느슨한 계획보다 행정안전부에서 부처 직권으로 가능한 대통령령과 부령을 개정, 제도개선 의지부터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27년째 정치권에서 답보 상태인 12개의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지방의회법률안'이 불신을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물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서도 중앙정부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과도한 지방분권이 오히려 중앙에 의한 감시를 약화시킴으로써 부정부패를 더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체장들이 실적 쌓기를 위한 온갖 전시성 행정을 남발하고, 선거 때마다 구속과 재·보궐선거가 끊이지 않는 게 지방 현실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을 넘었고, 이제는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중앙'이 교부금과 보조금으로 '지방'을 감시·감독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은 절대 동반자적 태도가 아니다.
결국 정부가 지방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것이 저변에 깔려 있지 않으냐는 고질적 질문에 대답해야 할 차례다.

내년 3월이면 세종시에 지방분권의 상징적 공간으로 지방자치회관이 들어선다. 해마다 돌아오는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에는 5층짜리 이 건물에서 환호하는 '지방민'을 만날 수 있을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정책사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