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삼성, 순환출자 해소 다음은 ‘주주친화’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30 17:06

수정 2018.09.30 17:06

20兆 규모 삼성전자 자사주 연내 전량 소각 시기 검토중
친주주기업 전환 계기 마련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한 삼성이 다음 행보로 아직 소각하지 않은 약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자사주에 대한 소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포기, 금융산업 구조개선 관련 규제 사전 해소 등 선제적 조치에도 정부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과 약속한 주주친화 강화 정책은 흔들림없이 이행하겠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9월 3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블록딜(장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며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한 이후 삼성전자가 주주친화 강화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안에 6.65%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약속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의 잔여 지분 정리를 위한 이사회 소집일정을 내부적으로 조율중"이라며 "11~12월중 이사회 개최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27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당시 보통주 1798만1686주와 우선주 322만9693주 등 전체 발행주식수의 13.3%를 전량 소각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발표 당시 주가를 반영하면 40조원 규모였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 등 주주친화 정책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었다.

다만, 삼성전자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년에 걸쳐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진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소각대상 지분율의 절반인 6.65%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올해 나머지 절반의 자사주를 정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연내 소각을 앞둔 자사주 6.65%는 4억2688만여주 규모로 현재 시가(주당 4만6450원)로는 19조8288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에 50대 1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수가 발표 당시보다 50배 늘어난 64억1932만4700주에 이른다.

특히, 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6개월간 검토 끝에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는 대신에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깜짝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가 장기간 매입을 통해 보유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상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지주사 전환시 의결권이 부활해 대주주가 자사주 지분율만큼 사업자회사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이를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대 국회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금산분리와 상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등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가로막는 입법 이슈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는 대신에 자사주를 친주주기업으로의 전환에 전적으로 활용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