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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유가 현실되나..中도 이란산 수입 감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2 16:47

수정 2018.10.02 16:47

100달러 유가 현실되나..中도 이란산 수입 감축
국제유가가 1일(현지시간)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다. 오는 11월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수출 금지 조처가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중국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제재 압력에 굴복해 이란 석유 수입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차질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동의 없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작 충분한 증산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 나오면서 '연말 배럴당 100달러 유가'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NBC는 1일 중국의 굴복, 사우디의 생산여력 의문 등이 겹치며 전문가들 사이에 11월4일 이후 석유시장 공급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이같은 우려가 고조되기 시작하면 시장 심리가 흔들리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유가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석유 트레이더들은 연내 100달러 유가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란산 수입 입장 바꾼 중국
'100달러 유가' 전망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이란 석유수입 감축이다.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중국은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석유금수 조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중국에 이란산 석유가 계속 흘러들면 이란 석유가 국제 시장에 풀리는 규모가 적다고 해도 적어도 중국의 이란 석유수요만큼은 수요가 줄기 때문에 유가 상승 압력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버티던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결국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국영 석유화학업체인 시노펙이 지난달 이란 석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의 이란 석유 수입 감축은 트럼프 제재 이후를 대비하던 이란에도 타격이지만 국제 석유시장에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은 월평균 15억달러어치의 이란 석유를 수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예상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이란 석유 공급 감축에 대한 전망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하루 50만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에서 사라지는 이란산 석유 규모가 최대 하루 200만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하루 200만배럴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이란 석유수출규모 '제로' 목표가 달성되는 셈이다.

사우디 생산여력 충분한가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은 지난달 23일 알제리에서 모여 증산을 검토했지만 "필요할 경우 증산한다"는 원칙만 세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트럼프의 압력을 받은 사우디가 증산을 설득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OPEC의 증산 결정이 무산된 뒤 사우디는 비공식적인 경로로 OPEC의 결의와 상관 없이 이란 석유금수 조처로 공급이 부족해지면 증산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의사를 흘렸다. 사우디의 증산 기대감에 안정을 찾아가던 시장은 그러나 증산여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필요하다면 하루 150만배럴 증산이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만한 증산 여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150만배럴을 떠벌려왔던 터라 트럼프가 증산을 압박하자 그만큼 증산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기껏해야 앞으로 두달간 하루 55만배럴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의 저유가로 사우디 역시 석유시설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100달러 유가 우려 점증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석유 애널리스트 스티븐 브레넉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이란 석유공급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석유부족에 직면하게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 석유공급 감축 속에 시장의 초점은 빠듯한 국제, 더 정확히는 사우디의 증산여력에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넉은 이어 그러나 사우디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의 글로벌 공급 충격을 온전히 상쇄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여력을 갖고 있는 사우디가 올 4·4분기 공급 충격과 이에따른 유가 급등을 막는데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도록 만든다"고 경고했다.

JTD 에너지 서비스의 수석 시장전략가 존 드리스콜은 "이제 세계는 낮아진 재고, 낮아진 생산여력 속에 매수자가 덜 보호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배럴당 100달러 유가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런던시장(ICE)에서 지난주말보다 배럴당 2.49달러(3.01%) 급등한 85.22달러에 거래됐고, 뉴욕시장(NYMEX)에서는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05달러(2.8%) 뛴 75.30달러에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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