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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여파’ 국제유가 85달러 돌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2 17:21

수정 2018.10.02 17:21

중국도 트럼프 압력에 굴복.. 이란산 수입 감축 선회
사우디 증산여력까지 의문.. 연내 100달러 전망 현실화
‘이란 제재 여파’ 국제유가 85달러 돌파

국제유가가 1일(현지시간)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다. 오는 11월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수출 금지 조처로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제재 압력에 굴복해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차질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동의 없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작 충분한 증산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란 의견이 나오면서 '연말 배럴당 100달러 유가'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NBC는 1일 중국의 굴복, 사우디의 생산여력 의문 등이 겹치며 전문가들 사이에 11월 4일 이후 석유시장 공급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이 같은 우려가 고조되기 시작하면 시장 심리가 흔들리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유가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석유트레이더들은 연내 100달러 유가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란산 수입 입장 바꾼 중국

'100달러 유가' 전망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이란산 석유수입 감축이다.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중국은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석유금수 조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중국에 이란산 석유가 계속 흘러들면 이란산 석유가 국제시장에 풀리는 규모가 작다고 해도 적어도 중국의 이란산 석유수요만큼은 수요가 줄기 때문에 유가상승 압력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버티던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결국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국영 석유화학업체인 시노펙이 지난달 이란산 석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 감축은 트럼프 제재 이후를 대비하던 이란에도 타격이지만 국제 석유시장에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은 월평균 15억달러어치의 이란산 석유를 수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예상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이란 석유공급 감축에 대한 전망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하루 50만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에서 사라지는 이란산 석유 규모가 최대 하루 200만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하루 200만배럴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이란 석유수출규모 '제로' 목표가 달성되는 셈이다.

■사우디 생산여력 충분한가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은 지난달 23일 알제리에서 모여 증산을 검토했지만 "필요할 경우 증산한다"는 원칙만 세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트럼프의 압력을 받은 사우디가 증산을 설득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OPEC의 증산 결정이 무산된 뒤 사우디는 비공식적 경로로 OPEC의 결의와 상관없이 이란산 석유금수 조처로 공급이 부족해지면 증산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의사를 흘렸다. 사우디의 증산 기대감에 안정을 찾아가던 시장은 그러나 증산여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필요하다면 하루 150만배럴 증산이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만한 증산여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150만배럴을 떠벌려왔던 터라 트럼프가 증산을 압박하자 그만큼 증산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100달러 유가 우려 점증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석유애널리스트 스티븐 브레넉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이란 석유공급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석유부족에 직면하게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 석유공급 감축 속에 시장의 초점은 빠듯한 국제, 더 정확히는 사우디의 증산여력에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넉은 이어 그러나 사우디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의 글로벌 공급충격을 온전히 상쇄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여력을 갖고 있는 사우디가 올 4.4분기 공급충격과 이에 따른 유가급등을 막는 데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도록 만든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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