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염병 공동방어전선을 펴자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누구나 항상 방어적이게 된다. 한국에서 최근 다시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빠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감염자가 보균한 바이러스는 사람들만큼이나 빨리 전 세계 어디든 전파될 수 있다.

2015년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미흡한 사전대비로 인해 38명의 사망자 및 1만6000여명에 내려진 격리조치와 함께 10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다. 그럼에도 메르스 사태의 피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조6000억달러(약 1800조원)에 달하는 1918년 스페인독감이나 400억달러에 이르는 2004년의 사스 사태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다.

각국 정부는 자국민에 대한 전염병 위협을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한다. 일례로 보건복지부는 입국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감염 통제를 위한 절차, 의료진 교육, 신속한 대응 및 대국민 소통 등은 모두 전염병 예방활동의 일환이다. 특정 질병의 경우 의약품이나 백신의 비축분(stockpile)도 꼭 필요할 수 있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은 지연될 수 있기에 신속한 대응과 전파 차단을 위한 대책이 부족하게 된다. 전염병은 흔히 일정 기간 동안만 유행하는 반면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및 임상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제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다행히 추가 발생이 보고되지 않고 있어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이번에도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고 아직은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여러 후보 백신이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지만 개발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나 자선기관의 지원이 없다면 메르스나 관련 백신의 임상연구 및 상용화가 크게 지연되게 된다. 다행히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2개의 메르스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첫번째 백신의 임상시험이 최근 국내에서 시작되었고, IVI는 이 재단과 함께 두번째 메르스 (후보)백신을 국내외에서 찾고 있다.

국경을 초월하는 전염병은 국제공조를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 백신 1개의 개발비용이 5000억원에서 1조원을 상회할 수 있기에 한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수많은 전염병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백신 개발비를 독자적으로 부담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안으로 신종전염병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관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한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CEPI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 예방 백신의 개발을 위해 각국 정부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웰콤트러스트 등의 자선기관으로부터 이미 6억4000만달러(약 71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CEPI의 목적은 백신과 백신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전염병 발생 시 긴급 임상테스트나 즉시 사용을 위한 백신 비축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도 메르스와 같이 흔하지는 않지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공동 방어전선'에 참여할 수 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