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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수익률 급등에 글로벌 증시·신흥국 통화 급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5 17:54

수정 2018.10.05 17:54

美 경기 역사적 호황에 세계경제와 엇박자 흐름
유럽.신흥국 경제부진에 금리마저 오르는 상황
코스피도 닷새째 하락 코스피지수가 5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에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1% 내린 2267.52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20일(2247.88) 이후 가장 낮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94% 떨어진 773.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도 닷새째 하락 코스피지수가 5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에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1% 내린 2267.52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20일(2247.88) 이후 가장 낮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94% 떨어진 773.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美 국채 수익률 급등에 글로벌 증시·신흥국 통화 급락

미국 국채 수익률이 이틀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나 홀로' 성장세가 유럽·신흥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와 엇박자를 내면서 각국이 경제성장 부진 속에 금리는 오르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 세계 금리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이틀째 오름세를 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급락세를 탔다. 신흥시장 통화와 증시가 급락했고, 유럽 증시를 거쳐 뉴욕증시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8년 만에 최고치인 3.19%로 뛰었다. 달러도 덩달아 올라 인도네시아 루피아, 터키 리라, 러시아 루블, 아르헨티나 페소 등 신흥시장 통화를 강타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은 각국 경제여건에 관계없이 전 세계의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9월 서비스업 활동이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고, 민간고용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미국 경제의 나 홀로 성장 지속과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지속 예상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뛰는 금리...국채 수익률 급등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은 달러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바로 신흥시장 통화 급락을 불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달러에 대해 20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고,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인도 루피는 이날 또다시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 리라는 장중 낙폭이 3%를 넘기기도 했지만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해 1.3%로 하락폭을 좁혔다. 서방에 대한 스파이 활동 혐의가 재부각되고 있는 러시아는 루블이 1.1% 급락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역시 페소가 장중 4.4% 폭락하는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신흥시장 주가 역시 급락세를 탔다. 신흥시장 주가 지수 흐름을 보여주는 MSCE 신흥시장 지수는 이날 2% 넘게 급락했다. 이 지수는 24개 신흥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맥쿼리은행 싱가포르의 외환.금리 전략가인 개럿 베리는 "고삐 풀린 달러가 이제 다리를 뻗고 도약하고 있다"면서 달러 상승세는 이제 시작이라고 전망했다.

■신흥시장 속수무책

미국 금리상승에 대응해 신흥시장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금리인상, 외환시장 개입 등의 수단이 동원되고 있지만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상승이 신흥시장의 달러 표시 부채상환에 이중의 부담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신흥시장 통화 급락의 주된 배경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인 뱅크인도네시아가 5월 이후 기준금리를 5차례 인상하고, 3일에도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풀었지만 루피아 폭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성장률이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신흥시장 중앙은행들로서는 더 이상 손써볼 묘수가 없어 보인다.

자금이탈을 막기 위한 국내 금리인상은 또 국내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불러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은 이 때문에 자금이탈을 가능한 한 막으면서 경제성장에는 찬물을 끼얹지 않을 적절한 수준의 금리인상 폭을 찾아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뉴욕.유럽 시장도 급락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국채 수익률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국채 기준물인 독일 국채(분트) 10년 만기채 수익률은 0.06%포인트 뛴 0.53%를 기록했고, 영국 국채(길트) 10년물 역시 수익률이 0.09% 급등한 1.66%로 뛰었다. 길트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도 수익률이 0.06%포인트 오른 0.87%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채 수익률도 올라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2016년 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필리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1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미국의 나 홀로 질주는 미국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수익률 격차인 스프레드에서도 확인됐다.

시장조사업체인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양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독일 국채 수익률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더 벌어져 2.7%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들어 0.7%포인트 벌어진 것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한 해 전인 198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증시도 하락해 유럽 시황을 반영하는 스톡스 유럽 600 지수가 1% 하락했고 뉴욕증시도 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넘게 급락했고, 나스닥지수는 1.8% 급락하는 등 1%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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