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별기고] 노벨상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것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7 17:07

수정 2018.10.07 17:36

[특별기고] 노벨상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것들

지난 10월 3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효소를 진화의 원리를 통해 인공 개량하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해 노벨 화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하면서 2018년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프랜시스 아널드(62), 조지 스미스(77), 영국의 그레고리 윈터(67)를 선정하였다.

프랜시스 아널드는 분자진화 기술을 발명하고, 조지 스미스는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발명하였다. 그레고리 윈터는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에 분자진화 기술을 접목하여 '아달리무맙'이란 인간 유전자 재조합 단일클론항체를 만들어 바이오의약품인 '휴미라'를 발명하였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건선, 크론병 등 13가지 적응증에 적용 가능한 의약품이다. 휴미라는 단일 의약품으로 2017년 20조, 2016년 18조, 2015년 16조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1위 의약품으로서 올해는 22조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휴미라는 애브비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원천특허인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미국에서는 2016년 12월에 만료되었다.
유럽에서는 2018년 10월 15일에 곧 만료되고, 한국에서는 2019년 1월 4일에 만료된다. 그러나, 개량 특허를 잇달아 등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특허 존속기간을 늘리는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인해 조성물 제제, 다양한 적응증 용도, 투여용량 방법특허 등의 10건의 개량 특허가 등록되어 있어 2026년까지 특허 존속기간이 유지된다.

많은 제약사들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제조, 임상 또는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물질특허 만료 즉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에서 용도특허 등의 무효 소송을 진행하다가 각각 애브비와 합의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20조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지만, 해마다 한국 과학자가 노벨상 수상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노벨상은 1901년부터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및 생리의학상이 과학자에게 수여된다.

우리나라는 국가 R&D의 성과 중 하나로 특허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매우 적은 비용을 들여 한국 특허만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해외 특허는 확보하지 않는 실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한국 특허 1개에 들이는 비용은 미국의 제약사가 특허 1개에 들이는 비용의 1/10~1/20 수준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렇게 매우 적은 투자로 휴미라와 같은 블록버스터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우수한 특허가 한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휴미라의 발명은 1996년에 이루어진 것이고, 2003년부터 미국에서 시판되었으며, 20년 후인 현재 시점에 노벨상의 영광이 돌아간 것이다. 한국 과학자의 연구 성과가 휴미라와 같은 블록버스터 제품을 탄생시킨다면, 이 과학자와 국가는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얻을 것임은 당연하고, 이와 더불어 20년쯤 후에 노벨상과 같은 학문적 영광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국가가 투자하는 R&D가 국가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고, 나아가 인류 전체의 문명 발달에 기여하려면, R&D의 결과물이 필수적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각 국가별 특허로 확보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 R&D 성과가 한국 특허 확보에 그친다면 과연 한국 과학자의 발명이 인류 문명의 발달에 기여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국가 R&D의 성과가 각 국가별로 우수한 특허로서 확보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로 인해 우수한 특허로 강력하게 보호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제품이 탄생하고 인류 문명 발달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어 한국 과학자에게 노벨상이 수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예은 명예기자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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