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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피해자 수치심은 어떡해"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증가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1:07

수정 2018.10.16 12:31

-최근 3년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사건’ 증가 
-피고인 방어권 VS 피해자 2차가해 
-판사에게 재량권....제도 보완 필요 목소리 
[단독]"피해자 수치심은 어떡해"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증가

성폭력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에 오르는 경우가 매년 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일면식도 없는 배심원 앞에서 신문을 받기 때문에 수치심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보완을 호소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에 오른 성범죄에 대해 법관과 배심원간 판단이 종종 갈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법원과 일부 변호사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국민참여재판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범죄 비율 매년 증가..2차 피해 우려도
16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범죄유형별 국민참여재판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민참여재판에 성범죄가 접수되고 실제 재판이 진행된 비율이 증가했다. 2015년 성범죄는 128건 접수돼 15건(11.7%)이 국민참여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159건 접수돼 31건(19.5%), 지난해 159건 접수돼 38건(23.9%)이 각각 국민참여재판에 올랐다.

국민참여재판법에 따라 판사는 성범죄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재량으로 피고인 신청을 배제할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재판장 재량여지를 축소시켰다.

성범죄가 국민참여재판에 빈번히 오르면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증거가 되는 성범죄 특성상 피고인 측은 피해자 진술 허점을 파악하기 위해 배심원 앞에서 상황을 자세히 추궁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국민참여재판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재판이 이뤄 질 수 있도록 법개정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법무법인과 변호사가 ‘성범죄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끌고 가면 유리하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점도 문제다. 장경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도 존중받아야할 권리지만 성범죄 피고인 중에 법인 상담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일부러 받으려는 경우도 많다”며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 권리가 충돌하는 문제다”고 진단했다.

■제도 보완 및 성범죄 배제 목소리도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배심원과 재판부 유무죄 판단이 갈리는 점이다.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며 “준강간이나 강제추행처럼 정황 증거만 있는 경우 피해자 진술에 의지해 유무죄가 판단되는데, 배심원들이 이 과정에서 법원 판단과 갈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성범죄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는 성적고정관념이 배심원에게 있는 상태에서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배심원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피해자’ 모습에 비춰 성폭력 피해자를 평가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홍진영 전 춘전지방법원 판사는 ‘2017 국민참여재판에 따른 성폭력범죄 재판 운용’에서 성범죄 사건 중 배심원이 무죄판결,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한 뒤 상소심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12건을 분석했다.
배심원들은 ‘피해자가 사건 당일 클럽에서 춤을 추거나’, ‘함께 술을 마셨거나 과거 사귄 사이’, ‘신체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사건’에 관한 피고인 유죄 인정에 소극적이었다.

홍 전 판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심원 절차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는 “강간통념이 국민참여 재판에 유입되지 않도록 배심원에게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배심원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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