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9.13대책 한 달...은행 여신 위축, 내방객 감소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6:40

수정 2018.10.16 16:40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혼란에 빠졌던 시중은행 대출 창구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한 층 차분해졌지만 대책발표 한 달만에 영업장들의 분위기는 크게 위축됐다.

16일 5대 시중은행 10개 지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현장 취재한 결과 공통적으로 "지난 한 달간 지점 분위기는 9·13 대책이 나온 직후에 비하면 차분해졌지만 활력은 사라졌다"는 답이 나왔다.

무엇보다 대출 진행건수가 급감했다. 모 은행 강남지점 관계자는 "세대원을 포함할 경우 주택 2~3채인 경우가 많아 대출 자격이 되지 않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들의 경우 미리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지점을 내방하는 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생활자금 연간 1억 너무 적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 것도 집값이 비싼 지역의 대출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한 지점 여신 담당자는 "15억원 이상 하는 집을 무주택자가 10억원의 현금을 들고와서 산다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사례"라면서 "생활안정자금 연간 1억원 역시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강북 지역 지점들에선 이번 제도가 너무 복잡해 업무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고충도 나왔다. 이 지역 여신 담당자는 "고객들마다 워낙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하는데다 서류를 요청한 뒤 주택 소유 여부 확인을 위해 세대원들까지 사인받는 과정 자체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은행관계자들이 한달간 가장 많이 접했던 대출 거절 사례는 2주택자의 추가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1건 이상 보유한 임대사업자의 주택취득 목적의 신규 기업여신, 맞벌이 1주택자의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 신청 등이다.

■"금리때문에 서울보증보험 꺼려"
투기 지역에 위치한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1건 이상 보유한 임대사업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고 해도 주택 취득을 목적으로 기업여신을 받을 수 없다"면서 "전세대출의 경우 서울 보증보험 상품은 금리때문에 꺼려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제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출 직후 격렬하게 항의하던 고객들은 많이 줄었다.

모 은행 지점 여신담당자는 "최근에는 한도가 줄었거나 대출이 안되다는 점을 설명드리면 대부분 체념하면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9월초에 여신 상담을 받았던 고객들은 보름만에 대출 불가, 한도 하향 등을 안내받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현장의 모습처럼 4·4분기 은행권의 대출 영업은 수요 급감에 따라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대출 수요 태도지수에 따르면 가계대출 중 주담대 등 주택관련 대출은 3.4분기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마이너스(-) 일수록 수요가 줄고 플러스(+)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또 주택관련 가계대출과 달리 4.4분기에는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일반 대출이 3.4분기 7보다 크게 오른 17로 나타나 '풍선효과'를 보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영업 활동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대안을 찾고 있다. 주택관련 대출과 신용대출, 대기업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대출과 자영업 대출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16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 쏠편한 사업자대출'은 대출 약정서류 작성은 물론, 사업자등록증, 납세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등 서류일체를 신한 쏠(SOL)로 제출하면 된다.
신한은행 측은 "새로 개발한 비대면 신용평가 모형은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하게 대출자격 심사를 한다"면서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을 어떻게 유인할지 고민하다 이 같은 상품을 내놓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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