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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제개편 역풍 몰아쳤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7:38

수정 2018.10.16 21:13

글로벌 FDI 41% ↓.. 美 유입도 73% 하락
외국인 투자심사 강화 탓도 "세계화 전환점 맞았다"
재정적자는 6년래 최대.. 국방비 증액·금리상승으로 재무부 이자지급 늘어나
트럼프 세제개편 역풍 몰아쳤다

【 서울 워싱턴=서혜진 기자 장도선 특파원】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해외직접투자(FDI)가 41% 급감해 1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업 해외수익 송환세율 인하로 미국 기업들이 해외 유보 자금을 미국으로 대거 들여온 결과로 보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6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글로벌 FDI는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4700억달러(약 532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이후 13년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FDI는 기업이 해외 신규 사업장 건설 및 인수.합병(M&A)에 투자한 자금과 자국에 송금하지 않은 이익을 합쳐 산출한 것으로, 세계화의 진척과 건강도를 살피는 주요 지표다. 제임스 잰 UNCTAD 투자기업 부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을 FDI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 "현지국들에 중대 사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한 세제개편안에서 미 기업이 해외에 쌓아둔 수익금을 본국으로 이전할 경우 적용되는 송환세를 1회로 한정하고 송환세율을 종전 35%에서 12~14.5%로 인하했다. 미 기업들이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해외에 쌓아둔 2조달러 이상의 현금을 미 본토로 끌어들여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세제개편 영향으로 미 기업들이 본국으로 환류한 해외수익은 올해 1.4분기 1695억달러, 2.4분기 2949억달러에 달한다. 미 기업들이 돈을 거둬간 국가들에서는 이용가능한 투자자금이 줄었다. 잰 수석은 "이는 투자가능자금 측면에서 현지국들에게 중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본부 격인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해외투자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UNCTAD는 앞서 미 세제개편으로 미국의 FDI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공개된 결과는 달랐다. 올해 상반기 미국으로 유입된 FDI가 460억달러로 73% 급감한 것이다. 중국의 미국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외국인의 미국 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결과다. 미 재무부는 지난 10일 기존의 기업 인수와 지배지분 매입에 초점을 맞췄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 권한을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고 간주될 수 있는 기업의 소수 지분 취득까지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잰 수석은 "투자 심사 절차가 더 엄격해졌다는 것은 미국에 자금을 끌어들이던 일부 투자 유형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기업들이 느끼는 미국의 근본적인 투자 매력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에 조만간 (자금) 유입에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잰 수석은 글로벌 FDI 감소와 관련 "모든 지표가 세계화의 전환점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화는 가장 효율적인 장소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신기술과 노하우가 전파돼 경제성장이 힘을 받는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아왔다.

■美재정적자 6년래 최대

이런 가운데 트럼프 세제개편 영향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6년래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미국의 2018 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7790억달러로 전년 대비 1130억달러, 1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17 회계연도의 3.5%에서 3.9%로 상승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 시작해 다음해 9월 30일 끝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재정 수입은 3조3000억달러로 전년비 140억달러, 0.4% 증가에 그쳤다. 강력한 경제 성장과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으로 개인 소득세 수입은 겨우 1% 늘었고 법인세 수입은 22% 감소했다. 연방정부 세입이 소폭 증가한 반면 재정 지출은 4조1000억달러로 전년비 1270억달러, 3.2%나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과 금리 상승에 따른 재무부의 이자 지급 확대가 재정 지출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지난해 세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감세 조치가 경제 성장을 촉진시켜 더 많은 세수를 창출함으로써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율 인하의 영향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3주 남겨두고 나온 재정적자 확대 뉴스는 선거전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집권하면 국가 재정을 보다 건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공약을 제시했었다.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현재 21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금리가 오르면서 연방정부의 이자 지급액은 더욱 늘어나 재정수지를 계속 압박하게 된다.
의회예산국(CBO)은 연방 재정적자가 2019 회계연도에 9730억달러에 달하고 2020 회계연도에는 1조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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