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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국감]'보육일지' 인터넷 거래 등 어린이집 평가인증제 '실효성' 논란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15:05

수정 2018.10.18 15:11

평가인증 안 받는 어린이집 전국 856곳 달해
불시 점검땐 점수 급락 등 보육의 질 관리 미흡
교사가 보육업무 집중할 수 있는 여건 개선 시급 
판매자가 올린 어린이집 보육일지 가격표 김명연 의원실 제공
판매자가 올린 어린이집 보육일지 가격표 김명연 의원실 제공

판매자가 올린 어린이집 보육일지 가격표 김명연 의원실 제공
판매자가 올린 어린이집 보육일지 가격표 김명연 의원실 제공


'비리 사립 유치원 사태' 이후 정부가 어린이집에 대한 집중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방식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육일지 등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가 인터넷상에서 돈주고 거래되고, 어린이집을 불시 점검하면 평가 점수가 급락하는 등 보육의 질 제고를위해 도입한 인증제도가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다.

■돈주고 거래되는 보육일지...불시점검땐 평가점수 급락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보육진흥원 국정감사에서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은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위해 필요한 보육일지나 영유아 관찰기록처럼 담당교사가 직접 기록해야 할 서류가 인터넷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보육일지는 평소 원생 개개인을 관찰하고 작성하는 것으로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받기위한 필수 제출 서류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는 어린이집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제도로 평가인증을 신청한 어린이집이 인증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를 한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어린이집에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신청을 받아서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과정, 상호작용 및 교수법, 건강·영양, 안전 등의 영역별·항목별로 평가하며, 점수가 75점 이상이면 인증을 부여한다.
평가는 한국보육진흥원이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진행한다.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전국 어린이집 3만9246개소 가운데 평가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3만1474개소로 인증률은 80.2%다.

김 위원은 이날 건당 2만원 안팎에 구매한 영유아 개별관찰기록과 보육계획안 등 화면을 공개하면서 "인증서류를 대신 작성해준다는 ‘인증서류 대행알바’가 인터넷에 만연했다. 심지어 의원실에서도 쉽게 구매가 가능했는데 인증평가해서 부실한 서류는 반송하는 것으로 그칠 사안인가"라며 부실한 관리 감독에 대해 질타했다.

보육활동을 기록한 '보육일지'가 아르바이트 대행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5년 국감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해 다뤄진 적이 있다. 인터넷에 거래되는 서류들을 담당 영유아의 신체적 정서적 발당사항 등을 관찰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누군가의 자료를 도용하는 것은 보육교사로서의 도덕성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은 "인터넷 포털 검색을 통해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개인 블로그나 지식거래사이트, 보육교사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보육일지의 세부 가격까지 정해놓고 거래에 나선 판매자까지 등장했는데도 관계 기관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최근 3년간 인증취소 또는 인증유효기간이 종료된 어린이집들의 인증종료 사유를 살펴보면 인증시 제출 서류의 허위작성이나 표절이 적발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보육진흥원이 인증 서류의 표절을 묵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가인증제도에 대한 실효성 여부도 질타 대상이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3년간 아동학대로 평가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이 135개소로 평가인증이 어린이집의 질 관리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위원이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제출받은 '평가인증 및 확인점검 점수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평가인증에서 95점 이상을 받은 어린이집은 전체의 70.5%였으나, 확인점검에서는 13.2%에 불과했다. 지난해 확인점검을 받은 어린이집은 2243개소였으며, 확인점수가 평가인증점수보다 하락한 어린이집은 전체의 89.4%에 달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집도 856개소에 달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원하고 평가인증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어린이집(최근 2년 신규 개원 어린이집은 제외)은 856개소로
가정어린이집 350개소(40.8%), 민간어린이집 302(35.3%)개소, 직장어린이집 134개소(15.7%) 등이었다.

이중 개원한 지 10년이 넘은 어린이집도 227곳에 달했다. 특히 1980년에 개원한 경상남도 고성군에 소재한 법인어린이집과 1986년에 개원한 충청북도 청주시에 소재한 민간어린이집은 개원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단 한번도 평가인증을 받지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소하 의원은 "평가인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무조건 좋은 어린이집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평가인증 제도가 전국 어린이집에 대한 질 관리에 좋은 영향을 끼쳐온 것은 사실"이라며 "평가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무화되지 않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 어린이집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여야 "보육의 질 향상위해 교사 업무부담 줄여야"
여야 의원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급선무'라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어린이집 교사가 한 명당 돌봐야 할 영유아는 최대 20명에 달한다. 보육과 동시에 어린이집에서 지속 관리해야할 문서 12종까지 관리하고 있어 보육교사들이 법으로 정해진 휴게시간 1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도 못하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현장에서는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한다. 추가로 확인점검을 받으려면 다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 보육에 지장이 많다”며 “확인점검 외에도 여러 가지 점검을 받고 있기에 보육업무에 집중하도록 확인점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연 의원도 “보육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보육교사의 업무량을 줄이고 허위로 작성된 보육일지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아이들에게 보다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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