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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7만명 시위에도, 정부는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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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 다 죽이는 카카오를 박살내자."

1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 택시기사 7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이들의 규탄대상은 정부도 아닌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월 승차공유(카풀) 기업 럭시를 인수한 뒤 8개월 만에 카풀 기사 모집에 나서자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이다.

택시업계를 대변하는 택시4단체는 현행법상 예외조항으로 허용되는 카풀이라도 "카카오가 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카풀로 전 국민이 수익을 내는 '자가용 불법영업' 반대는 구호에 불과하다. 좀 더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승차공유의 일환인 카풀을 시작하면 택시시장의 주도권을 정보기술(IT) 업계에 내줄 것이라는 위기감이 배어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럭시 인수로 252억원을 썼고, 카카오모빌리티 수익화와 향후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해 관련 빅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는 승차공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렇다고 카카오택시의 파트너인 택시업계와 대립할 수도 없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카풀 출시 시기를 기약 없이 연기하면서까지 '상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다. 지난 8월 택시4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국토부는 택시4단체를 설득하거나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어떤 행위도 하지 못했다. 모빌리티 업계, 택시업계, 관련 전문가 의견을 모아 만든 '교통 O2O(온·오프라인연계) 활성화 방안'은 발표하지도 못하고 리뷰(재검토)만 하고 있다. 국토부는 '쿨링 타임', 즉 택시업계가 스스로 성난 화를 가라앉히고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면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합의한 안을 가져오기를 바라고 있다.

택시업계가 논의를 거절한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택시업계와 '끝장토론'을 희망해 수십차례 설득했지만 단 한번도 택시업계를 해커톤에 불러내지 못했다. 그사이 택시업계가 선택한 곳은 '국회'였고, 카풀 금지법과 카풀 허용 시간대를 출퇴근 시 2시간으로 좁히는 법안이 내달 상정·논의될 예정이다. 이는 택시업계만을 대변하는 '반쪽' 입법으로,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대규모 집회는 막을 내렸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로 '규제완화'의 당근책을 들고 성난 택시업계를 설득할 때다.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2009년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우버는 기업가치 135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으로 우뚝 섰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