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중동 정치, 카슈끄지 사건으로 지각변동 '터키의 승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9 15:33

수정 2018.10.19 15:33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중동 국가들의 권력 구조가 이달 터키에서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실종 이후 새롭게 뒤바뀌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을 견제하던 사우디는 '야만국가'로 낙인 찍혔고 사우디와 중동 패권을 다투던 터키는 실종사건을 공개적으로 수사하면서 독재국 이미지 개선 성공, 이란과 함께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지난 2일 이스탄불 터키 영사관에서 실종된 자말 카슈끄지가 죽었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중동전략과 무기 판매 때문에 꾸준히 사우디를 옹호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해 "매우 가혹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터키·이란은 전회위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날 보도에서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터키를 꼽았다. 개헌과 쿠데타를 거치면서 독재적인 권력기반을 닦아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2033년까지 집권하게 됐지만 국제 사회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특히 2016년 쿠데타 진압 이후 2년간 비상사태를 유지하며 각종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을 구금하면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사우디의 야만적인 음모를 파헤친 '정의의 수호자'로 행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사건이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키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뒤늦은 수습 사우디
국제사회의 예상치 못한 강경 반응에 놀란 사우디는 일단 사건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우디 증시는 트럼프가 사우디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자 다음날인 14일 폭락했으며 세계 주요 경제 인사들은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사우디 국제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잇따라 불참을 선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최측근인 아메드 알 아씨리 공군 소장을 카슈지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실종 이후 줄곧 결백을 주장하던 사우디 정부는 미국 등의 압박으로 인해 내사에 착수해 이미 용의자 4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만약 사우디가 이번 사건을 무마하더라도 빈 살만 왕세자의 이미지는 이미 회복 불가라고 분석했다.
설사 아씨리 소장이 사건을 주도했더라도 빈 살만 왕세자의 명령이 있었다는 점은 여전히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줄곧 무기 판매와 중동 전략때문에 사우디를 옹호하던 트럼프 정부 역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8일 발표에서 다른 서방 장관들과 같이 FII에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