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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잔치 더는 안돼"… EU, 伊 예산안 거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9 17:07

수정 2018.10.19 17:07

伊 국채수익률 4년來 최고 이달 새 예산안 제출 못하면 GDP 최대 0.5% 벌금내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을 거부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가 EU와 이탈리아간 맺은 예산규정을 크게 초과한 적자재정을 편성했다며 이달말까지 기준에 맞춘 새 예산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마감시한 안에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이탈리아는 규정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5%에 이르는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EU가 이탈리아 예산안 거부를 공식화하자 그러잖아도 불안감을 느껴 온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를 투매해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4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EU"역사상 유례없는 예산안"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집행위는 피에르 모스코비치 경제담당집행위원이 지오바니 트리아 이탈리아 재무장관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으로 이탈리아에 기준에 맞운 예산안을 다시 보낼 것을 요구했다. 서한은 규정 위반에 따른 이같은 집행위의 거부가 이전에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이탈리아 예산안의 규정 초과 규모는 이전 규모들을 압도한다면서 EU 예산규정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예산안이 거부될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자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 팔았다. 이때문에 기준물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3.70%를 찍으면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채무위기 끝자락이던 2014년 이후 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또 이탈리아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수익률 격차, 스프레드는 기준물인 10년물 국채의 경우 3.20%포인트로 뛰었다. 이탈리아 연정 양대 축인 극우 '동맹' 당수이자 부총리 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이 '한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던 4.00%포인트에 다가서는 수준이다.

EU집행위의 강경 분위기는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의 지지가 뒷받침된데 따른 것이다.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이 한 목소리로 이탈리아의 적자 예산안에 우려를 나타냈고,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회원국들이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정상회의 한 켠에서 쥬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사진)를 만난 마르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는 기자들에게 자신이 이탈리아 총리와 예산안에 관해 충돌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내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4%까지 끌어올리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루테 총리는 "이탈리아의 예산안은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유로존에도 좋지 않다는 점을 매우 직설적으로 그에게 밝혔다"면서 "위기 없이 그런 식으로 지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伊, GDP5% 벌금 내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정상회의에서는 또 루테 총리와 유하 시필라 핀란드 총리가 콘테 이탈리아 총리에게 이탈리아의 방만한 예산 편성안이 유로존 개혁에 관한 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탈리아 국적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거들었다. 드라기 총재는 정상들에게 예산규정 위반은 유로존에 "상당한 대가를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콘테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제출된 예산안이 무모한 것이 아니라면서 "이는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콘테는 장황한 연설을 통해 이탈리아 예산안이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경제회생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EU정상들이 이탈리아 예산안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2위 채무국인 이탈리아가 쓰러지면 유럽 구제금융으로 막아낼 도리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리스와 달리 이탈리아는 유로존 3위 경제국으로 막대한 부채로 채무위기에 몰릴 경우 덩치가 너무 커서 유럽이 손 쓸 수가 없다.
구제금융으로 사태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그리스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편 이탈리아는 EU가 예산안을 거부함에 따라 다음주까지 새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이달 말까지 예산안 제출 시한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한마저 못지켜면 이탈리아는 사상최초로 GDP의 최대 0.5%까지 매겨지는 적자재정에 따른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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