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경찰대 출신, 개혁에 동요될 필요 없다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1 16:59

수정 2018.10.21 16:59

[데스크 칼럼]경찰대 출신, 개혁에 동요될 필요 없다


"자식들에게 한점 부끄럼 없이 생활해 왔는데…."

"조직 내 갑질의 '잠재적 가해자' '잠재적 성비위자'가 돼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이제는 경피아(경찰+마피아)라는 말로 포장돼 차별을 받아도 하소연 못하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경찰대 출신 경찰관들의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경찰조직에서 이들의 승진 및 비율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들은 경찰 조직 내에서 가장 방대한 파벌인 동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간부로 불리는 경위급부터 공직을 시작한다. 한때는 경찰청 실무자로 불리는 계장(경정급) 직책의 90% 가까이 차지했고, 주요 보직에는 '경찰대 출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쏠림현상을 유발하면서 조직의 인사상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직 쿼터제(할당제) 등을 도입했으며 이 결과 최근에는 50%를 밑돌고 있다고 한다. 경찰대 출신 이외 경찰 간부, 고시특채, 대공특채, 공채 등 입직경로가 다양한 간부들이 협력과 경쟁을 통해 경찰조직을 움직이고 있다. 경찰에 투신한 이들의 다양한 출신만큼 목표도 다양하다.

경찰대는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유능한 경찰인재를 확보한다는 목표로 1981년 개교했다. 이들은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안고 경찰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경찰대를 개혁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조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0년부터는 경찰대 선발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학비 전액지원과 군 복무 대체 혜택을 폐지한다고 한다. 나머지 정원 절반은 편입생 또는 순경 등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이 발표와 동시에 일부 호사가들은 '경찰대 폐지 수순이 아닌가'라고 확인되지 않은 말을 쉽게 내뱉기도 한다.

정부는 경찰대 출신이 아닌 경찰대 개혁을 언급한 것인데. 그러나 일부는 이를 확대해석하기도 한다. 경찰대 출신들이 '적폐'가 아니냐고. 확대해석된 이들의 말 때문에 조직원의 사기가 떨어져서는 안된다. 제복 입은 공무원으로서 명예와 자긍심으로 충만해야 할 이들은 '적폐' '엘리트주의' 등의 단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경찰 최고 수장인 경찰청장이 교체되는 시점이나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조직원 사이에서는 "누가 청장이 될까"라는 대화가 오갔고, 급기야 특정인이 승진할 것이고 이들 중 누가 청장이 될 것이라는 출처 불명의 사설정보지(지라시)를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경찰은 조직 흔들기로 판단, 지라시를 생산한 이들을 조직에서 색출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조직의 분위기를 흐리는 호사가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경찰대 출신 간부는 포장마차 한 모퉁이에 앉아 소주 한 잔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적폐라면 하루빨리 청산하면 되는 것 아니냐. 상관의 지시와 눈치, 여기에 야간근무에 시달린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나. 야간근무 많이 한 게 적폐인가"라고 반문했다. 옆에서 술을 따르던 후배 경찰관이 답했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하소연할 때도 없습니다. 참으세요"라고.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장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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