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온라인서 제조법 배운 ‘딸키’ 사물함 뚝딱..10대 절도 심각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2 08:57

수정 2018.10.22 08:57

-유튜브 보고 만드는 딸키(만능키)
-10대 절도 범죄 빈번히 쓰여 
-범행 공모하는 청소년 간 쉽게 수법 배워 
온라인서 제조법 배운 ‘딸키’ 사물함 뚝딱..10대 절도 심각

새벽 어두컴컴한 사우나 휴게실에는 코고는 소리만 들렸다. A씨(20)와 B군(19)은 잠자는 손님들 사이로 까치발을 들고 걸어갔다. 깊이 잠들어 보이는 손님 발에 달린 사물함 열쇠 번호를 외웠다. 탈의실 사물함으로 돌아와 이들중 한 명은 망을 봤다. 다른 한 명은 쇠붙이를 반으로 잘라 만든 ‘딸키’(만능열쇠)를 꺼내 열쇠구멍을 휘저어 사물함을 열고 지갑을 털었다. 딸키는 사우나 사물함, 오토바이 등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범행도구이다.


A군 주도 아래 10대 7명은 ‘사우나털이’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지난 5월 9일부터 6월 5일까지 한 달 간 서울과 경기도 일대 사우나 6곳을 돌며 약 347만원 상당 금품을 훔쳤다. 모두 14개 사물함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90개에 달하는 사물함 열쇠구멍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10대 범죄 중 절도..우발적, 호기심 순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 정정호 판사는 특수절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재물손괴) 위반 혐의로 A씨에게 징역1년, B군에게 징역6월에 각각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것을 포함해 범죄 전력이 다수 있다”고 판시했다.

10대 절도 범죄에 ‘딸키’(만능키)가 쓰이고 있다. 딸키는 제조와 수법이 간단해 절도 범죄도구로 사용된다. 더욱이 인터넷에서 제조법을 배울 수 있어 10대 절도 범죄예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절도는 10대에게 가장 가까운 범죄다. 법원행정처 ‘2018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소년 보호사건은 3만4110건이다. 이중 절도는 전체 35.5%(1만6064건)로 가장 높다. 절도를 하는 이유는 우발적 행동 45.5%, 호기심 28.2%, 생활비 마련 8.8% 순이었다.

딸키를 이용한 범죄가 10대에게서 빈번히 나타난다. 사물함에서 오토바이까지 다양한 물건을 훔치는데 쓰인다. 지난 3월 전남 순천경찰서는 딸키를 이용해 인형뽑기방 지폐교환기 잠금장치를 열어 1400만원을 훔친 10대 2명을 붙잡았다. 지난 8월 인천 계양경찰서는 딸키를 이용해 600만원 상당 오토바이 3대에 시동을 걸어 달아난 중학생 5명을 검거했다.

■온라인서 만능키 제조범 쉽게 공유
10대 절도 범죄는 단독 범행 보다는 공범 형태를 띤다. 딸키 역시 쉽게 제조법을 전수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유튜브에는 ‘만능키 제조법’ 관련 동영상이 다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딸키를 만드는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쓰이던 절도수법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소년원 등 범행 전력이 있는 청소년끼리 배웠다면 현재는 인터넷에서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소년 범죄는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범죄 집단 내에서 인정받으려는 과정에서 벌어지기도 한다”며 “특히 딸키를 이용한 절도는 범행 기술을 성공시킴으로서 얻는 흥미와 성취감을 줄 수 있어 재범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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