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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위험하고 불확실한 한국 경제를 위한 제언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2 16:54

수정 2018.10.22 16:54

[fn논단] 위험하고 불확실한 한국 경제를 위한 제언

어떤 경제주체라도 위기에 잘 대응하고 기회를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 경제를 보면 위기와 기회에 대한 대응에 있어 과거와 달리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위기와 기회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회는 과거 선진국 모델을 기초로 예측 가능했던 것에 반해, 지금은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 영역에 대부분 존재한다. 반면에 과거에는 예측 불가능하게 불현듯 나타났던 위기가 지금은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상당부분 예측 가능하다.

먼저 예측 가능한 위기요인들을 보자. 2010년을 기점으로 산업화를 이끌어낸 대규모 조직들의 경쟁력과 효율성이 쇠퇴하고 있다.
특히 전통 제조산업의 경쟁력이 감퇴함에 따라 위로부터의 낙수효과에 의존해왔던 많은 중소기업과 지역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상황은 이미 후기산업사회의 쇠퇴기에 접어든 대부분의 선진국 산업과 도시들이 경험한 바 있고, 그 해법도 어느 정도 제시돼 있다. 이제 우리 차례가 온 것이다.

문제는 상당부분 예측 가능한 위기라 해서 만만히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 예측 가능성으로 인해 오히려 대응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려는 경제주체들의 의식과 안이한 대응수준 때문이다. 그래서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생긴 것 같다. 이에 관해 미셸 부커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회색 코뿔소'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커다란 위험을 눈앞에 두고도 행동하지 않는 인간 본성을 비판했다.

명백한 위험상황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어 장기적 관점의 투자에 소홀하게 되고 예측 가능한 와해성 혁신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정치가들은 국가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있어도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결단을 미루는 일이 흔하고, 개연성이 높아도 아예 위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잘못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낙관론과 함께 위기를 전면으로 부정하기 십상이다.

엄청난 파급효과의 위기가 실현되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지만 이미 막대한 손실과 추락을 경험한 이후가 된다. 그래서 명백한 위험을 평소에 확실히 인지하고 공유하기 위해 "어렵다! 위기다!"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쳐야 한다. 설사 그 위기가 다행히 실현되지 않는다 해도.

한편 기회요인을 보자. 과거에는 산업화와 정보화에 따른 기회요인들을 선진국 사례를 모방하고 참고해서 예측 가능한 형태로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개연성의 그림자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영역에 있다. 이곳에서는 정교한 예측이나 계획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이 통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차라리 뜻과 의지를 세워, 하고자 하는 과업을 지속하면서 기회의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 때로는 실패를 감내하고 인내하면서 불현듯 나타나는 기회를 낚아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전혀 예상밖의 일이 발생해 한순간 세상을 바꾸어버리는 세계이며 나심 탈레브가 주장한 '블랙 스완'의 영역이기도 하다.

위기에 처해서도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위험을 위험으로 인지하지 않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제사회 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은 다른 국가의 차지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가시권에 들어온 위험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회 획득을 위해 실험과 시행착오들을 허용하고 활용하는 사회적·경제적 공간을 적극적으로 넓혀가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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