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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격무에 시달리는 집배원 더 뽑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3 17:24

수정 2018.10.23 17:24

주당 70시간 살인적 근무 참 공복 증원에 불만없어
우체국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근로환경이 도마에 올랐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로 꾸려진 '집배원노동조건개선기획추진단'이 22일 내놓은 '집배원 노동실태'에서다. 이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2745시간에 달한다.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보다 69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6년 기준)보다는 982시간이나 많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따지면 집배원들은 각각 87일, 123일씩을 더 일한 셈이다. 배달이 몰리는 명절 때는 주당 근로시간이 70시간에 달한다.
집배원의 10%는 연간 3000시간을 넘게 일한다.

장시간근로에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사고, 스트레스 등으로 해마다 17명이 목숨을 잃는다. 집배원의 재해율도 직업군인의 20배, 소방관보다도 1.5배가 높다. 집배원들이 이렇게 격무에 내몰리는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온라인 쇼핑 등 소비환경 변화로 등기·소포 등 업무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 비해 인력을 제대로 채우지 않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5년간 800여명의 집배원을 뽑았지만 늘어나는 업무량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마저 극한직업을 못견뎌 이직자가 속출한다. 이쯤되면 집배원의 근로환경은 가히 살인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근로자들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한다며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집배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은 사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 따라 국민의 안전과 복지 등 행정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4000명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고용참사 속에 눈에 보이는 초단기 공공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해하는 모양새다. 이를 놓고 '헛돈' 논란이 빚어진다.

문재인정부가 공무원 증원에서 진짜 신경 써야 할 데가 바로 이런 곳이다. 집배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집배원들은 만성적 인력부족을 첫번째로 꼽았다. 기획추진단은 이번 노동조건 실태조사에서 집배원들에게 주 52시간 근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2800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업무방식 개선등을 전제로 하면 최소한 2000명 정도는 더 뽑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집배원은 단순히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녀들을 대신해 시골의 부모님 안부를 묻고 때론 장보기 심부름까지 한다. 말 그대로 사회의 공복이다.
정부가 집배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공무원 증원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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