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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자가 기술 평가.. 기술금융 '날림 심사' 의혹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3 17:31

수정 2018.10.23 22:02

대출 156조원 넘었는데 평가위원 수는 턱없이 부족
한명이 수백건 검토하기도.. "인력 재정비 서둘러야"
경영학 전공자가 기술 평가.. 기술금융 '날림 심사' 의혹

우수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기술금융이 156조원(잔액 기준)을 넘었지만 정작 시중은행들의 기술평가위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자질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 해 20%씩 성장하는 기술금융의 배경에는 양적인 성장에만 골몰한 나머지 제대로 기술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당초 취지인 기술력 평가보다는 담보에만 의존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기술평가인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기술평가위원 22명 중 기술평가에 부적합한 것으로 보이는 경영학 등 인문계 출신 위원 2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최종학력은 경제금융학 석사, 기술금융학 석사로 기재돼 있지만 이 역시 기술평가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은 아니다. 국민은행 측은 이들이 금융위원회가 정한 외부 기술금융평가기관(TCB) 2년 경력을 충족했기 때문에 정당한 채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위가 요구하는 평가위원의 자격요건은 변리사, 기술사, 기술신용평가사 1급, 이공계열 박사여야 한다. 또 연구소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이거나 2년 이상 TCB에 종사했을 경우도 가능하다. 기술평가업 종사자들은 이 요건 중 '2년 이상 TCB에 종사한 경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 기술평가사는 "TCB가 은행에 입행하기 위한 경력 세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날림으로 심사된 기술에 돈이 나가고 몇 년 뒤에는 부실채권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술금융 평가 인력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해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민, 우리, KEB하나은행 3곳의 기술평가위원은 총 62명인데 이 중 16명이 TCB 출신이다. 기술금융의 잔액은 한해 20%나 늘었지만 자체 심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국민은행이 2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 우리, KEB하나, KDB산업, IBK기업은행 등은 각각 20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명이라는 기준 자체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8월 말 기준 10만9518건을 평가했는데 이를 은행 자체 인력으로만 평가한다고 할 때 한 명이 한 달간 매일 183건을 심사해야 한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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