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법 판결도 무시하는 '을'의 횡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7 11:47

수정 2018.10.27 11:47

일반적으로 '갑'은 '을'보다 힘이 세고, '을'에게 부당한 압력과 불합리한 요청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을은 어떤 경우라도 피해자 혹은 개인은 기업으로부터 항상 약자다"라는 사회적인 공감을 얻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을'이 등장했다.

현재 이 '을'은 본인이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으로 언론사 제보나 시민단체와 함께 집회 시위 등을 통한 여론조성으로 '갑'에게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히고 있다.

서울 공덕역 인근 마포대로 옆 난간과 본사 앞에는 스쿨룩스의 횡포와 불법을 고발한다는 전 대리점주의 플래카드가 크게 내걸려 있다. 시민단체 회원 2~3명과 함께 자리를 잡고 녹음기를 통해 스쿨룩스를 비난하는 소리가 매일 끊이지 않는다. 시끄럽다는 주변 상가나 주민의 항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고만 하면 가능한 집시법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스쿨룩스 본사 앞에서 시위중인 현장
스쿨룩스 본사 앞에서 시위중인 현장

법적으로 끝난 패소 판결 사건
27일 스쿨룩스에 따르면 이미 법적으로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가해자인 '을'이 억울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스쿨룩스 대리점을 운영했다는 이씨는 "스쿨룩스에서 교복 납품을 늦게 주는 바람에 제때 팔지 못해 교복이 재고로 쌓이며 스쿨룩스에게 빚을 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로인해 이씨와 스쿨룩스는 이 문제로 2015년 소송에 들어갔고 법원은 이미 이와 관련 이씨의 일방적인 주장과 잘못이라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납품을 늦게 줘 납기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관련 스쿨룩스 관계자는 "대리점주가 늦게 주문을 했고, 이에 교복이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도 대리점주가 주문을 강행했다"며 "이런 내용은 지난 재판에서 소명됐고 이에 근거하여 채권을 회수하기 휘한 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늦게 들어간 일부 교복에 대해서는 거래 중에 변제 감가해 정산됐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이씨는 스쿨룩스가 부채확인서를 위조했다는 주장으로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당연히 위조하지도 않았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스쿨룩스 관계자는 "해당 도장은 인감증명서상의 인감도장과 일치하고 매년 계약 갱신 시 계약서에 날인한 도장과도 일치한다"며 "이미 민사 재판에서도 상호 다툼이 없음을 확인했고, 부채 또한 회계장부와 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근거로 재판에서도 확인이 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구국실천국민연합, 국민연대, 공권력피해자고발센타, 정의사법구현단, 종교개혁적폐청산국민연대, 희망사회국민통합 등 시민단체들이 뜻을 함께 한다며 플래카드에 단체명이 올려져 있다.

스쿨룩스 관계자는 회사 앞에서 농성중인 시민단체 회원에게 "18억원 강제 경매 조치란 내용과 금액이 틀린 것은 아는지, 스쿨룩스가 갑질을 했다는 내용을 알고나 시위에 협조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내용은 알 필요도 없고 지금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자체가 갑질"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경찰 역시 이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아무리 플래카드에 회사나 인신공격의 내용이 나열되거나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해도 '사유지가 아닌 곳에서 정해놓은 소음규정만 지킨다면 누구나 신고만으로 집회, 시위가 가능한 현행법 때문이다.

스쿨룩스의 경우 이미 갑질논란으로 예민한 사회 분위기에서 긴 시간에 걸쳐 재판을 두 번이나 하고 또한 승소했지만, 갑질논란 의혹 해소는 커녕 '가해자'인 이씨로 인해 오히려 이씨의 제보에 따른 기사와 플래카드 때문에 본사와 160곳의 대리점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고 했다.

15년간 브랜드를 운영중인 스쿨룩스는 여러 점주들과 신규 계약 및 계약 종료를 진행했지만 이렇게 억지를 쓰는 곳은 처음이라며, 본사는 원만히 해결하고자 미수금 5억 4000만원을 3억원까지 감해주고 협의 조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씨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거짓 주장으로 정상적인 대리점들도 피해
이씨는 오히려 갑질을 당했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이미 판결이 난 사실을 가지고 언론사를 찾아 다니며 허위 제보도 일삼고 있으며, 제보를 받은 몇몇 매체들도 가해자 이씨를 '갑질 피해자 을'로 기사화하고 있다.

스쿨룩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부채확인서를 위조했다는 억지 주장을 하며 언론사에 제보 및 시민단체와 협력 중이며, 이미 몇 년에 걸쳐 증명된 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본인의 잘못과 변제의 의무를 본인이 갑질의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알려 돈을 갚지 않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이씨를 명예훼손 부분으로 형사 고소한 상태"라며 "스쿨룩스는 갑질을 한 적도 없고 부도덕한 회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년간 법원 판결을 기다려 결국 승소했으나 이씨로부터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면서 아직까지도 서울시내 한복판 대로에서 이씨의 일방적인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억울해했다.


현재 스쿨룩스 대리점을 8년째 운영중인 한 점주는 "교복 대리점도 여느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운영하면서 돈을 버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의 경영 실패를 본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 생각한다"며 "개인 이기주의 때문에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대리점주들의 피해가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인데 법적으로도 구제받을 수 없다고 하니 어느 곳에 하소연을 해야 할 지 억울하고 답답하다"며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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