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청하면 다 드려요"..기준없는 다문화가정 지원 논란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8 10:10

수정 2018.10.28 10:1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9·여)는 출산 후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기 위해 구청에 들렀다가 기분 좋은 일을 겪었다. 동사무소 직원으로부터 "다문화 가정이니 보건소에 가서 지원금을 신청하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다문화 지원금 명목으로 20만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받았다"며 "시와 구에서도 여러 지원이 나오는데 또 받아서 기분은 좋지만,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에 먼저 돌아가야하는 혜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국적을 가진 이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다문화'면 소득 상관없이 혜택 누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은 산모 또는 배우자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출산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산모 및 신생아의 건강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와 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결혼이민 산모'는 예외지원 기준에 해당한다. 지원금을 신청할 때 소득기준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대상은 3인 가족 기준으로 기준중위소득 80% 이하 출산가정이지만 결혼이민 산모를 포함해 6가지 예외기준을 둔 대상 산모는 소득기준을 따로 보지 않는다. 이 기준대로라면 다문화 가정 중 외국인 등록증에 '결혼이민' 비자만 찍혀있을 시 누구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이 낮은 일반 가정과 비교해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은 이 사업뿐 아니라 정부 및 각 지자체에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의 자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전형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 특별전형을 시행하고, 공무원 채용에도 정원 일부를 다문화, 탈북자 등에서 선발할 예정이다.

■어린이집도 0순위…전문가 "역차별? 소수일뿐"
다문화 가정의 요건은 '둘 중 한 명이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 있는 결혼 가정'이다. 이들의 소득 기준은 따로 분류되지 않는다. 국적과 소득에 상관없이 다문화 가정에 해당되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를 두고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소득이 높은 가정도 지나친 혜택을 누린다'는 역차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책 담당자 및 전문가들은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사례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의 경우 저소득층을 기준으로 시작했던 사업을 취약계층으로 더 확대한 것"이라며 "결혼이민을 한 다문화 가정 중 잘 사는 가정은 전국으로 봤을 때 적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려운 상태라고 봐야한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다문화 가정 부모가 고소득자일 경우는 굉장히 적은 편"이라며 "다문화 가정의 소득기준을 나눠 차등 지원하면 역차별 논란은 줄겠지만 그 작업 자체가 전부에게 지원하는 비용보다 더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혜택 받는걸 문제삼기 보다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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