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구글세' 도입할 듯 하더니… 다시 한발 뺀 정부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8 16:54

수정 2018.10.28 21:29

"OECD 대책 논의 참여 뿐 구체적으로 준비된 것 없어"
대부분 미국계 ICT업체들 섣불리 과세 카드 못꺼내.. 동향 살핀 후 움직일 듯
외국계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에 대한 세금 징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매출에 대한 세금은 물론이고, 접속료까지 내지만 해외 ICT 업체들은 그렇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혼선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외국계 ICT 업체들에 대한 세금 징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 주무부처 장관들이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 다수는 외국계 ICT 기업과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과기정통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부처 간 보조를 맞춰 합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9일 "유럽연합(EU)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매출의 약 3%를 법인세로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법인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법인세 징수가 가능하다. 인터넷 업종의 경우 고정사업장의 기준이 서버인데, 구글은 서버가 싱가포르에 있다.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에 두는 등의 방식으로 조세회피를 한다는 지적이 전세계적으로 제기됐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국내에서의 매출과 영업이익, 세금 납부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그 외 다양한 광고를 통해 국내에서 연 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의 연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법인세는 200억원 가량 내는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의 법인세 약 4000억원과 비교할 때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망 사용료 문제도 있다. 구글은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 통신망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지만 무임승차를 하는 셈이다. 네이버의 경우 접속료 명목으로 통신사에 연간 약 700억원을 지불한다.

EU의 경우 미국계 ICT 회사들이 불공정 과세혜택을 받는 것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세금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연간 5000만유로(약 648억원) 이상을 벌어 들이는 인터넷 기업에 매출의 3%를 세금으로 징수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돌연 정부는 이른바 '구글세'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부총리의 발언은 우리도 EU 과세안과 같은 방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OECD 등의 다국적 ICT 기업 과세 문제와 관련한 대책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였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세 회피 논란이 되고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 미국계 ICT 업체들인 우리 정부가 섣불리 나서서 과세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역풍이 불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입법 과정에서 국내 애꿎은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고,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 있어 다른 국가의 움직임을 본 뒤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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