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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아이들 목소리 듣고 끼를 키워줘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9 16:54

수정 2018.10.29 16:54

"北 어린이 의료·교육 지원 준비..투명경영 이뤄야 기부문화 확산"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아이들 목소리 듣고 끼를 키워줘야"


"이제는 아동들의 삶의 환경개선이 더 중요해요. 저출산문제도 어린이재단이 관심 가져야할 중요한 문제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재단의 주사업은 빈곤아동을 돕는 일이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사진)은 "소년소녀가장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경제가 성장하면서 빈곤아동이라는 개념이 많이 퇴색됐다"며 "이제는 아동이 겪는 전반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접근하는 '아동옹호'로 방향을 바꿔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1948년 어린이재단의 전신인 미국기독교아동복리회(CCF)가 아동 400여명을 재정적으로 지원한 데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45만여명의 후원자들과 함께 국내외 총 100만여명의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갖고 서울 무교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건물 내 조성한 70주년 역사자료관을 성공적으로 개관했다.

이 회장이 아동옹호 사업에서 역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는 아동옹호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만 8곳을 개소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단연 "놀 시간이 없어요"다. 이 회장은 "요즘 아이들에겐 잘 노는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BTS(방탄소년단)처럼 끼를 키워 자기가 잘 할수 있는 분야를 지원하는 것도 재단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15년에는 안전문제로 폐쇄됐던 전국의 놀이터를 다시 개방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 관련 법안을 개정했다.

실제로 재단 지원을 딛고 자신의 끼를 발휘해 꿈을 이룬 친구들이 많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남자펜싱 에페부문 금메달을 따낸 박상영 선수와 '한국의 폴포츠'로 알려진 팝페라가수 최성봉씨 등이다. 이 회장은 "10년 이상 재단의 대표역할을 하면서 이런 친구들이 인정받을 때 가장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재단뿐 아니라 후원자들도 크게 감동받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전했다.

재단이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에 대해 이 회장은 "저출산문제 해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과 아동복지는 연관성이 상당히 높다"며 "전통적 개념의 가족의 해체, 또래의 부재 등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북한아동 지원도 준비 중이다. 재단은 지난 2003년부터 육아원 지원사업과 영양개선사업 등을 진행했지만 중단된 바 있다. 최근은 다시 인도적지원 차원에서 보건의료사업, 교육환경개선사업 등을 위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아동뿐 아니라 북한아동, 나아가 해외아동까지 글로벌 아동복지가 실현되는 게 재단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세계 아이들도 같이 행복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캠페인을 통해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아동보호' 의제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을 위한 정책개선 활동도 다방면으로 벌여 지난 2011년 12월 아동대상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나영이의 부탁' 캠페인도 진행했다. 현재 아동대상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전면 폐지됐다.

이 회장은 글로벌 아동복지라는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선 "어린이재단이 왜 존대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늘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답은 간단하다.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거다.

물론 비정부기구(NGO)들이 갖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어금니아빠 사건' 등으로 후원문화가 시들해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재단의 최대 경영방침인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내가 후원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투명경영을 통해 올바른 기부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투명경영을 바탕으로 후원자 수 50만명을 목표해 나눔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