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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이탈리아… 결국 실물경제 타격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1 17:13

수정 2018.11.01 17:13

실업률 다시 상승하고 GDP 성장률도 추락
공공부채 EU서 두번짼데 내년에도 적자 예산안 편성..투자자들 자산투매 불러
포퓰리즘 이탈리아… 결국 실물경제 타격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간 충돌이 이탈리아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실물경제 둔화가 바로 재정확대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적자 예산안을 고집하고 있어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올들어 하강세를 이어왔던 이탈리아 실업률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적자 재정을 둘러싼 갈등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이탈리아 9월 실업률은 10.1%로 8월 9.8%에서 0.3%포인트 상승했다. 올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던 흐름이 역전된 것이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이 내년 예산안을 적자로 편성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EU집행위와 갈등을 빚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하락세 실업률 역전 흐름

앞서 전날 발표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통계도 어두웠다. 이탈리아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약 4년만에 처음으로 정체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10월 기업심리 역시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적자 예산을 둘러싼 EU와 이탈리아간 갈등, 이에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이탈리아 실물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재무부 출신인 런던 매크로어드바이저스의 로렌조 코도뇨 이코노미스트는 "어두운 GDP 통계가 그저 잠깐의 둔화가 아니라 이탈리아 경제가 새로운 하강으로 접어드는 출발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미 그리스를 제외하면 EU 최고 채무국인 이탈리아가 적자 예산안을 편성해 EU와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 성장률 둔화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좌파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이 구성한 이탈리아 연정은 복지와 연금 지출을 늘리는 한편 감세를 추진한다는 선거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내년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이탈리아의 경우 재정적자로 인해 적자 예산안 편성을 금지한다는 EU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연정이 이를 강행할 경우 재정적자를 더 크게 불릴 것으로 우려된다.

■공공부채 GDP 130% 수준

이탈리아 공공부채는 GDP의 130% 수준으로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한 그리스를 제외하곤 EU 최고수준이다. 이탈리아 적자 재정에 관한 우려는 투자자들의 이탈리아 자산 투매를 부르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도 매도세를 가중시켰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팔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이 뛰고, 이탈리아 기업들의 자금조달 역시 어려워지고 있다. 기준물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탈리아와 안전자산인 독일 간 격차가 3%포인트 가까이로 뛴 상태다.

이는 곧바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탈리아 정부의 적자 재정이 기업과 가계가 지불해야 하는 금리를 끌어올려 정부가 적자재정을 통해 기대하는 경제성장 효과보다 더 큰 성장둔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대조적으로 나머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올들어 유가상승, 무역분쟁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유로존은 아직 성장세 궤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날 유로스타트가 공개한 9월 유로존 실업 통계도 이탈리아만 제외하면 이전의 개선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유로존 실업자 수는 8월보다 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실업률은 8.1%로 변동이 없었지만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유로존 실업률은 하락세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적자 재정이 경제에 짐이 되고 성장률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실물경제 둔화가 바로 적자 예산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행할 태세다.
영국 버밍엄대의 다니엘 알베르타지 교수는 독일 국채와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간 격차인 "스프레드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탈리아 정부가 몇달은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스프레드가 급속히 벌어지기 시작하면 이는 심각한 위기가 모퉁이를 돌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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