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넷플릭스는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나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1 17:34

수정 2018.11.01 18:03

[데스크 칼럼] 넷플릭스는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나
몇 해 전 넷플릭스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최대의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가 파산했을 때였다. 뉴웨이브 그룹 버글스의 히트곡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빗댄 뉴욕타임스의 기사(인터넷 킬드 더 비디오 스토어.Internet Killed The Video Store)가 발단이었다. 그 기사는 블록버스터의 몰락과 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사실 더 큰 관심을 모았던 건 골리앗(블록버스터)을 쓰러뜨린 다윗(넷플릭스)의 존재였다.

5년이 지난 지금 넷플릭스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3000만명 수준이었던 가입자 수는 1억4000만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고, 1600억달러(약 18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은 엔터테인먼트 강자 월트디즈니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 사이 한국 시장에도 상륙, 국내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를 뒤쫓는 패스트 팔로어에 불과했던 넷플릭스가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플랫폼이 콘텐츠다'의 저자인 마이클 스미스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넷플릭스의 성공요인으로 디지털 기술이 몰고온 '퍼펙트 스톰'을 첫손에 꼽는다.

지난 9월 본사가 주최한 '제5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던 그는 "콘텐츠를 만들고 배급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한꺼번에 바꿔놓은 동시다발적인 기술적 변화, 즉 퍼펙트 스톰이 한때 DVD 대여 서비스를 하던 넷플릭스를 동영상 플랫폼 최강자로 만들었다"며 "시대적 흐름을 잘 활용한 기업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고수한 기업은 예상치 못한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빅데이터의 적절한 활용과 분석이 신생업체에 불과했던 넷플릭스에 새로운 권력을 쥐여줬다고 봤다. 1억명이 넘는 가입자(소비자)들로부터 수집한 개인별 취향과 선호, 시청습관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그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오래, 어떤 기기로 보는지 시시각각 데이터를 수집하는 넷플릭스는 남의 패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들에게 더 큰 권능을 부여한 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다. 지난 2013년부터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한 넷플릭스는 총매출의 70~80%를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는 이른바 '현금 소진(Cash Burning) 전략'을 통해 아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미국 TV 프로그램에 주는 에미상을 휩쓸더니, 지난 9월엔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의 보무도 당당한 진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큰 숙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거인의 등에 올라탈 것인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것인지 우왕좌왕하는 눈치다. 이럴 때 외국 사례를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미 넷플릭스의 공습에 노출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대응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하는 이유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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