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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탈원전 기조에 발목잡힌 신고리 4호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4 17:12

수정 2018.11.04 17:12

태양광 올인 정부 눈치 보나.. 하루 20억 손실보며 안 돌려
5조원을 들여 지은 최첨단 원전인 신고리 4호기가 완공된 지 1년 넘도록 가동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달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신고리 4호기 성능이 기술기준에 적합하다는 심사·검사 결과를 보고했다. 그런데도 원안위의 운영허가가 안 나 하루 20억원의 손실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판에 이해할 수 없는 국정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가동이 늦어지는 것이 안전성 강화조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 일어난 경주와 포항 지진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고리 4호기는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APR1400)'를 채택한 최첨단 원전이다. 가동 중인 신고리 3호기와 같은 기종으로,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무어사이드 원전의 후보 모델로 채택됐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니 일선 현장에서 "탈원전으로 답을 정해놓은 원안위의 눈치를 보느라 가동이 가능한 원전까지 멈춰 세우는 분위기"라는 볼멘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싶다.

가동 지체의 원인이 무엇이든 피해는 기업과 가계가 입을 수밖에 없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 전기요금 체계를 조정해 달라"고 간접 촉구했다. "지나치게 싼 산업용 심야요금이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긴다"면서 전기료 인상의 불가피함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제조업·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구조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즉 한전이 탈원전으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자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며칠 전 새만금에 6조원을 들여 태양광·풍력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자리를 별반 창출하지 못하는 이 계획에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자 새만금개발청은 이를 20년만 쓰고 부지를 원상복구한다는 앞뒤가 안 맞는 입장까지 내놨다.
문재인정부가 원전 폐기엔 공론화를 도입하고, 태양광발전 확장엔 이를 생략하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면서 스텝이 꼬여버린 꼴이다. 사실 기상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은 이용률이 극히 낮아 경제성만 따지면 조기 폐쇄한 월성 원전 1호기를 가동하는 게 나을 정도다.
지금은 '묻지마 탈원전'이 아니라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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