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접어들면서 65세 이상 인구 급속 증가
지자체 재정부담 문제 등 '70세로 상향' 목소리 커
지자체 재정부담 문제 등 '70세로 상향' 목소리 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인 연령기준 인상이나 러시아워 때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방안을 관련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기준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초고령화 기조로 65세 이상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으로 지자체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1년 전 국감에서도 이와 거의 동일한 발언을 했다. 김 부총리는 당시에도 "기준 노인연령 인상이나 러시아워 요금 적용 등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2016년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노인연령기준, 정년.연금수급연령 조정, 실업급여 등 수급기준, 고용확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연구용역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해 하반기 공론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도 이와 관련된 연구용역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에 노인 연령기준을 정의한 내용은 없다. 다만 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무료운임 혜택 등을 주도록 하고 있다. 기초연금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5만원씩 지급된다.
무엇보다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기조를 감안할 때 노인 기준연령 상향은 불가피하다. 한국인 기대수명은 82.4세(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0.8세)보다 1.6세 길다. 1981년(66.7세)보다 15세 이상 높아졌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0년에 걸쳐 2년 주기로 노인 기준연령을 만 70세로 인상할 경우 20년간 총 재정이 126조원 절감될 것이란 분석을 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노인 기준연령 상향은 예산,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타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면서 "다만 고용 측면에서는 노인 기준연령 인상 시 정년 등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 발주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노인 기준연령 상향 공론화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부와 지자체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들이 무임승차로 입은 재정손실을 중앙정부에 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부산.인천 등 6개 광역시도 도시철도운영기관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9060억원에 달한다. 이들 지자체는 내년 한해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해 국비지원 6100억원을 요청했다.
사실상 노인 기준연령 조정을 위해서는 노인복지법 규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번에도 검토 수준에만 그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노인 표를 의식해 민감한 사안인 노인 기준연령 조정 논의를 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노인의 무료운임 혜택을 버스까지 확대하도록 한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등은 65세 이상 노인이 시내버스 등을 무료 또는 할인을 받도록 하고 중앙정부가 무임수송 비용을 지원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노인기준연령이 아직 공론화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부담만 키우는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도 "전혀 검토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자동차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경우 발생하는 추가 재정소요가 2020년 1조225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는 2023년까지 4년간 추가로 들어가는 재정만 5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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