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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2% 올랐지만… 금리인상 고민 커진 한은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5 17:42

수정 2018.11.05 17:42

경기 하강 우려 커지는데 유가·농산물로 물가 올라
소비자물가 2% 올랐지만… 금리인상 고민 커진 한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 수준에 도달하면서 11월 금리인상의 명분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를 우선적으로 본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이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수요 측면이 아닌 공급 측에서 발생한 만큼 언제라도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도 하락하면서 국내물가도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일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1.9%를 보인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2%를 기록했다. 올 들어 1% 초중반대로 부진했던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2%)에 도달한 것이다.
그동안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낮은 물가였다. 따라서 최근 물가 오름세로 한은은 이달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담을 덜었다고 해도 한은의 물가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가 오름세가 경기개선에 의한 수요측 요인이 아닌 농산물이나 유가의 인상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요측 물가압력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 9월과 10월 각각 1.2%, 1.1%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는 0.1%포인트 올랐지만 근원물가는 0.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근원물가 상승률 수준도 지난 8월 0.9%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근원물가와 전체 물가 간 격차가 크다는 것은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수요측 물가를 끌어올리는 압력이 약한 반면 공급측에서 가격상승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농산물 생산 감소가 해소되고 유가하락이 발생할 경우 물가는 다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실제 근원물가가 상승세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물가를 좌우하는 최대변수 중 하나인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유가 흐름을 보면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10월 3일 배럴당 84.12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 전환되면서 현재는 배럴당 71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말과 내년 유가에 대한 전망도 '하향 안정'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공급과잉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유류세 15% 인하도 소비자물가를 0.2%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 같은 물가 상황을 고려해 내년 금리인상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9월과 10월 모두 올랐지만 공급 측에서 상승이 발생한 영향이다.
따라서 공급측 물가 상승을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한은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11월 금통위에서는 인상하겠지만 내년에는 경기 측면을 본다면 동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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