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亞신흥국 美국채 수요 줄였다…"경제 성숙 반영"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6 15:12

수정 2018.11.06 15:12

워싱턴 EPA=연합.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워싱턴 EPA=연합.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 재무부가 2019 회계연도에 1조30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국채 매입 관심이 약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외국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는 금년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간 780억달러 느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증가폭의 절반을 약간 넘는 액수다. 특히 한국, 싱가포르, 태국, 타이완 등 아시아 주요 신흥국들의 국채 보유는 정체 흐름을 나타냈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미국 국채를 자본 방파제로 삼기 위해 집중 매입해왔다.

WSJ에 따르면 많은 시장 옵서버들은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더라도 국채 판매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면서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미국 국채를 사려는 외국 정부, 금융기관, 뮤추얼펀드, 개인 투자자들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의 미국 국채 바이어는 감소세를 보이는 게 사실이며 그로 인한 수요 공백은 뮤추얼펀드 등 미국 국내 투자자들로 대체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수요가 줄어든 주된 이유는 달러 표기 자산 매입에 따르는 외환 헤징 비용으로 지적된다. 이에 비해 일부 아시아 신흥국들의 미국 국채 수요는 해당국의 강력한 외환보유고와 정체 상태를 보이는 무역 흐름 때문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신흥국들의 미국 국채 수요가 더 확대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 경제가 보다 안정적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를 대신할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 투자 옵션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영국 소재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외환·채권 매니저 팀 앨트는 WSJ에 "아시아 신흥국들은 더 많은 완충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들은 모든 돈을 미국 국채에 넣고 리사이클 하지 않아도 될 대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증권의 국제 담당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뢱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미국 국채 수요 감소는 미국 재정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영했다기 보다는 미·중 무역전쟁의 간접적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인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변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압박을 받아 미국 국채 매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금년 6월 초 이후 달러 대비 한국 원화 가치는 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 달러는 2.7%, 태국 바트화는 2.4%, 그리고 타이완 달러는 2% 각기 가치가 떨어졌다. 이 기간 중국 위안화는 7.1% 절하됐다.


도이체방크증권의 슬뢱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 하락은 이들 국가 중앙은행들이 중국과 경쟁하는 자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입할 필요를 축소시켰다고 말한다. 외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약화시키려 할 때 미국 국채를 자주 매입한다.
슬뢱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미국 국채 매입 감소가 의도적 결정인지, 단순한 자유시장 원리에 따른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가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jdsmh@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