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늪에 빠진 게임업계]

외산게임 밀려오는데… 국산게임은 활로 못찾고 두리번

<상> 해외시장 판로 위기
모바일 게임 매출 톱30 해외게임 11개 이름 올려
그 중 7개가 중국산 ..자국 규제 피해 한국 공략
자본력 무기로 개발자 영입..짝퉁게임도 순식간에 뚝딱
국내 게임사, 안방 내줄 판

국내 게임업계가 안으로는 규제가 강화되고, 밖으로는 판로가 줄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때 블루오션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시장은 자국 업체마저도 판매허가를 받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산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부처와 여야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쳐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과 이를 극복할 방안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에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새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을 발표하자 관중들이 야유를 보냈다. 블리자드의 대표 PC게임이었던 '디아블로' 시리즈의 정체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PC게임이 모바일로 바뀌었고 개발사 역시 블리자드가 아니었다. 중국 퍼블리싱 회사인 넷이즈가 개발을 맡았다. 향후 넷이즈 등 외산 게임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맘먹고 발을 들일 날도 머지 않았다. 넷이즈는 이미 국내산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나이프 아웃'을 만들어 자국과 해외에서 서비스중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하면 짝퉁 게임이 아니라도 언제든 국내 침투도 어렵지 않다.


외산업체들은 이미 국내 시장 침투에 한껏 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6일 구급 앱장터인 구글 플레이에 따르면 최고매출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20위권중 6개가 이미 외산게임이다. 30위권까지 확대하면 외산 게임이 이미 11개에 이른다. 상위 30위권중 약 30%가 외산 게임이란 얘기다.

■외산 게임업체의 무서운 약진

모바일 시장에서 10위권을 지키는 게임들은 대부분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대형사의 작품들이다. 게임 형태는 대부분 역할수행게임(MMORPG)이나 보드게임류의 유사한 장르가 많다. 외산 게임중엔 중국 업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30위권의 외산게임 11개중 7개가 중국 게임이다. '붕괴 3rd', '왕이 되는 자', '삼국지 M', '신명' 등이다.

중국 게임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들어오는 이유는 자국의 게임산업 규제와 연관이 깊다. 올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해 전방위적인 규제를 가했다. 게임 허가 권한을 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가 가져갔다. 중앙선전부가 게임 허가를 맡은 이후 해외 게임뿐 아니라 자국 게임까지 판매허가(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판호 허가를 기다려온 국내 게임업체에게는 악재가 굳어진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 수익을 내는 국내 게임은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다.

블루홀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는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판호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은 한해 약 42조원 규모로 세계 시장 규모(154조원)의 약 27%를 차지한다. 업계에선 국내업체뿐 아니라 해외업체들도 한동안 중국 시장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매일 중국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딱히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출시를 바라보고 있는 게임들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손쉬운 한국시장, 중국리스크 커지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자국 시장이 얼어붙자 중국 게임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앞다퉈 공략 중이다. 지난 8월 중국 교육부가 게임 총량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중국 게임업체들의 해외 진출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중국 게임과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PwC에 따르면 전체 게임시장 중 미국(20.8%)과 중국(15.0%), 일본(12.9%)의 점유율이 가장 높고 한국은 5.7%에 불과하다. 해외시장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국내 시장까지 빼앗길 경우 손해는 가늠하기 힘들다.

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재 일부 중국 업체들이 아예 국내에서 한국개발자를 고용해 게임을 제작 중인 경우도 많이 있다"면서 "중국 게임업체 입장에선 일본 시장을 공략하긴 어렵고 문화와 게임 소비패턴이 유사한 한국이 가장 침투하기 쉬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내부 규제도 첩첩산중이다. 게임 셧다운제 등이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엔 게임을 질병으로 관리할지 여부를 두고 부처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5월 발표할 국제 질병분류 개정안에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포함할지 논의 중이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이 WHO와 같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우리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추가 규제로 시장에 직간접적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을 질병코드로 도입하면 의료계에서는 진단과 치료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게임업계는 중독 치료를 위한 기금을 내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서 "일부 정치권과 부처가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무시하고 규제에만 눈이 멀어 있다"고 지적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