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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EU로부터 최후통첩…경제는 침체 직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7 08:45

수정 2018.11.07 08:45

이탈리아 PMI 추이 적색: 기준선, 진청: 복합 PMI, 연청: 서비스업 PMI/ 자료=IHS 마킷, FT
이탈리아 PMI 추이 적색: 기준선, 진청: 복합 PMI, 연청: 서비스업 PMI/ 자료=IHS 마킷, FT

이탈리아의 적자 예산안이 자충수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내년 적자예산안을 수정해 집행위원회에 13일(현지시간)까지 다시 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EU 권고를 무시하면 이탈리아는 막대한 벌금을 비롯해 EU 교부금 중단, 이탈리아 채권발행 금지 등 엄청난 후폭풍에 맞닥뜨리게 된다.

적자 예산안 편성으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이탈리아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경기수축을 의미하는 50 밑으로 떨어졌다. 경기둔화를 핑계로 적자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EU와 갈등이 되레 화를 불러 경기침체를 몰고올 수도 있게 된 것이다.


■EU, 사실상 최후통첩
6일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날 EU 경제·재무장관회의(ECOFIN)를 마친 뒤 이탈리아에 예산안 재편성이 없으면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브뤼셀에서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이탈리아와)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마침내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스코비치 위원은 "11월 13일에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단호하고, 명확한 답을 들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대한 추후 조처는 이탈리아가 예산안 재편성에 관해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이제 공은 이탈리아 쪽에 있다"고 말했다. 모스코비치는 "(EU)회원국들은 국내의 민주적인 선택들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EU 규정들을 위반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EU에 2.4% 적자를 목표로 한 새해 예산안을 제출했고, 이후 적자 예산안은 바꿀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U집행위 부위원장도 이탈리아에 엄중히 경고했다. 역시 ECOFIN에 참석한 돔브로브스키 부위원장은 EU가 초과재정적자 시정절차(EDP) 개시를 제안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예산안에) 변화가 없으면" 이탈리아에 대한 EDP 개시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DP는 EU 집행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EU 정상회의에서 개시 여부가 결정된다. EDP가 개시되면 1차로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2%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하고, EU로부터 수십억유로 규모의 교부금이 중단되며 EU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이탈리아 재정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 이탈리아가 계속 시정을 거부하면 EU는 벌금 규모를 GDP의 0.5%로 끌어올릴 수 있고, 이탈리아의 신규 채권발행에 직접 개입할 수 있으며, 수십억유로에 이르는 유럽투자은행(EIB) 대출도 막힐 수 있다.

■시장 휘청···경제 내리막길
적자예산안 편성으로 EU와 갈등을 빚는 와중에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던 지난달 이탈리아 경제 역시 내리막 길을 걸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인 PMI가 2013년 이후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모두를 아우르는 복합지수는 활동 둔화를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져 경기침체 가능성도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0월 PMI 복합지수는 49.3을 기록하며 기준선 50 밑으로 추락했다. 2013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주 제조업 지수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돈 것으로 나타난데 이어 이날 서비스업마저 둔화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9월 52.4를 기록했던 복합지수가 10월에는 52로 소폭 밀렸을 것으로 예상한 시장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에 그친 셈이 됐다.
서비스업 지수는 9월 53.3에서 10월 49.2로 밀려 2014년 9월 이후 2년여만에 처음으로 기준선 50을 밑돌았다.

이미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분기 정체되면서 2014년 4·4분기 이후 최악을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4·4분기 시작인 10월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을 밑돌면서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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