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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나눔의 기쁨 알게 해준 우리딸, 고마워"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7 19:38

수정 2018.11.07 19:38

모교 아주대에 3억 장학금 김중권·서호영 부부
림프암 투병하다 세상 떠난 딸 이름으로 '김수정장학금'
"후배들, 이젠 우리 자식같아"
[fn이사람]

【 수원=장충식 기자】 림프암으로 세상을 떠난 외동딸을 대신해 모교인 아주대 후배들을 위해 3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하며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는 김중권·서호영씨(사진) 부부.

아주대학교에서 매학기 10명의 학생에게 주어지는 '김수정 장학금'에는 이처럼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김씨 부부는 '아프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딸의 뜻을 기려 지난 2015년 아주대학교에 3억원을 기부했고, 이 기금은 현재까지 '김수정 장학금'으로 매학기 10명의 학생에게 지급되고 있다.

김씨 부부의 뜻에 따라 림프암 전공을 희망하는 의과대학 학생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장학생으로 선발돼왔다.

이들 부부에게 아주대 후배들은 딸자식과도 같은 의미다. 이 학생들과의 만남이 김씨 부부에게는 행복과 기쁨의 원천이다.

김씨 부부가 아주대에 장학금을 기부한 사연에는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가슴 아픈 과거가 담겨 있다.


주위 사람들은 고인이 된 수정씨를 참 씩씩하고 당찬 아가씨로 기억했고, 그녀는 오랜 유학생활 끝에 디저트 편집샵을 열고 케이크와 쿠키 등을 만들어 파는 스물일곱살의 젊은 사업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한 디저트 가게가 입소문을 타고 번창해 나가던 사이 몸에 이상을 느낀 수정씨는 병원에서 림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후 11개월의 힘겨운 투병생활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오랫동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김씨 부부는 딸의 이름을 딴 장학사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아들딸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아주대와의 특별한 인연도 있다. 수정씨의 아버지 김중권씨는 아주대학교 1회 졸업생으로 지난 1973년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그에게 모교와 후배들의 의미는 각별하다.

김씨는 "1973년 280명이 입학해 96명이 제1회로 졸업해 우리는 첫 번째 졸업생이라는 책임감이 컸다"며 "1년여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딸의 유지에 따라 기부를 하게 됐고, 이 장학금을 받은 후배들이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인재로 커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정씨의 어머니 서호영씨 역시 "학생들과 꾸준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며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전에는 기부를 모르고 살았고, 할 수도 있었지만 바삐 돌아가는 생활에 파묻혀 생각하기 어려웠다"면서 "이제는 '나눔' 자체가 어떤 의미인지 절실히 느낀다"고 전했다.


김씨 부부는 또 "우리 부부는 요즘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으로,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도 예전과는 달라졌다"며 "슬프다기보다 행복하고, 이런 마음이 하늘에 있는 딸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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